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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사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인간관계에서 경험하는 보편적 오류

by 알레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이라는 한자의 뜻이다.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 살아간다. 좋든 싫든,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가장 가까이는 가족부터 멀게는 일면식도 없는 온라인 세상의 누군가에게 까지.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인간에게 삶은 기본적으로 치열하다. 구조적으로 이미 긴장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는데 '친밀함'이라는 관계 규정이 더해지면 미묘해지기까지 한다.


최근 나는 나의 지난날의 관계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나에게 관계를 맺는 일은 상대적으로 잦다. 그리고 쉬운 편이다. 특별히 모난 구석이 없으니 누구와도 가볍게 금방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내가 대인관계를 어려워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 가지 더 확실히 알게 된 계기는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면 서다. 나는 8번 날개를 사용하는 9번이자 사회적 유형이기에 인간관계는 나에게 즐거움에 속한다.


그런데 성찰의 시간을 가지며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모두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나'는 동시에 그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로 인해 힘들어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쉽게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그거 당연히 어려운 거고 사실상 불가능한 거 아니야?'라고. 나도 안다. 머리로는 그걸 잘 아는데 내면을 들여다보니, 난 머리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지 정말 깨닫고 그것에서 자유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인간관계가 늘 평온할 수만은 없는 법이다. 때론 서로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도 있고 감정이 섞여 날이 선 대화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늘 그다음부터다. 누군가는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린다. 어차피 진심으로 서로 다투거나 갈라설 각오로 상처준건 아니니까. 그런데 다른 누군가는 굳이 그 행간을 곱씹는다. 여기서부터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상대는 전혀 그런 의도로 이야기하지 않았어도 내가 받아들이는 게 그 의도를 곡해하는 것이라면, 나에게는 곡해된 그 의도가 상대방의 의도로 정리되기 마련이다. 상대가 아무리 본래의 의도를 설명한들, 이미 상해버리거나 닫혀버린 내 마음은 상대를 더 이상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경중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나마 상대가 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애쓰면 다행이다. 만약 상대도 마음을 닫아버리면 둘 사이는 거기서 끝이거나 한 동안의 서먹함이 지속된다.


이쯤 해서 한 번 생각해 보자. 이래도 상대가 잘못한 건가? 앞서 말했듯 설령 상대의 속마음이 실제로 그랬다 한들,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은 상대의 마음에 자기 해석을 덧붙인 건 결국 나 아닌가?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회사에서는 지나칠 만큼 자주 발생한다. 그러니 그런 생각이 차오를 땐 한 번 생각을 곱씹어보자. 그 사람이 정말 그런 말을 했는가? 그럼 알게 될 것이다.


사실 그 사람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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