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여행은 좋아하더라

2박 3일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by 알레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기에 떠나 있는 시간이 특별해진다. 그리고 낯선 환경조차도 너그러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경계하기보다 오히려 안심이 된다. 이 마음은 비단 아빠에게만 느껴지는 마음은 아닌가 보다. 2박 3일의 여행 동안 일상과 다른 풍경들, 그리고 공간들에 아이도 신이 났다.


이번 여행은 강원도 양양에 있는 쏠비치로 떠났다. 유럽풍의 건물과 정경을 간직하고 있는, 조금은 오래됐지만 여전히 깔끔한 숙소. 쏠비치의 가장 좋은 건 프라이빗 비치를 끼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은 해수욕을 할 계절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와 모래 놀이를 할 수 있는 여건으로는 충분하다.


서울에서 약 3시간 남짓. 우리 집은 강서에 위치한 탓에 기분은 서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가는 듯했다. 이번 여행에 가장 긴장했던 건 다른 것보다 아이의 카시트다. 최근 카시트로 인해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영아기에 사용하던 카시트를 토들러로 바꿔주었다. 조마조마했는데 일단 앉히는 데는 성공. 솔직히 카시트에 앉히려고 며칠 동안 가진 협박과 회유를 반복했던 것 같다.


월요일 어중간한 시간에 출발했더니 서울을 빠져나가는 것도 막힘없이 금방이었다. 이건 정말 다행이다. 강서에 살면 가장 오래 걸리는 게 언제나 서울을 벗어나는 시간이기에 막힘없이 서울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이 무척이나 순조로울 것이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또 하나, 다행인 것은 아이가 아주 적당한 지점에서 잠이 들어줬다는 것. 덕분에 휴게소 한 번 안 들리고 한 번에 양양까지 달릴 수 있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바로 바닷가부터 갔다. 혹 바닷바람이 찰까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선선하고 좋은 날씨와 따사로운 햇살에 오히려 해변에 앉아 아이와 모래 놀이를 하기엔 딱이었다. 열심히 바닷물을 퍼다 날라주며 아이와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놀고 나니 어느새 아이는 바지가 다 젖어있었고 온통 모래로 뒤집어쓴 상황. 장난감을 정리하고 이왕 젖어버린 바지, 바닷물로 대충 모래만 털어준 뒤 축축한 아이를 끌어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KakaoTalk_Photo_2023-05-24-21-43-59 029.jpeg 신나는 모래놀이 한 바탕


뒷정리를 마치고 저녁을 챙겨 먹은 뒤 리조트 내 광장을 산책하고 돌아와 첫날의 일정을 마쳤다.


이튿날. 오늘의 계획은 물놀이! 벼르고 벼르던 물놀이 날이다. 정말 물놀이를 빌미로 머리를 자르기 싫어하는 아이의 머리도 자르고, 그동안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자잘한 것들을 요구했었던가. '그래. 오늘은 그동안의 보상을 해주는 마음으로 신나게 놀아줘야지!'라는 마음으로 함께 워터파크로 갔다.


평일이라 좋은 건 사람이 없다는 것. 아주 쾌적한 환경에서 아이는 유아용 풀에서 원 없이 미끄럼틀을 탔다. 좋아하는 튜브를 타고 놀기도 하고 야외 온수탕에 셋이 함께 몸을 담근 체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내 좋았던 날씨 덕분에 사진도 예쁘게 잘 나왔고, 안에서 점심도 잘 해결할 수 있었다. 나오는 길에는 아이랑 사우나에 들러 샤워를 하고 탕 속에 앉아있기도 하고. 아빠에겐 그저 행복한 시간 그 자체였다.

KakaoTalk_Photo_2023-05-24-21-43-52 023.jpeg 분명 즐거운 시간이 맞는데, 하필 사진 속 아이의 표정이 애매하다;;


물놀이를 한 탓에 셋 다 피로가 밀려왔다. 숙소로 돌아와 때늦은 낮잠을 잔 뒤 저녁은 치킨으로 때웠다. 호텔 건물에 있는 치킨집에 가서 오랜만에 아내랑 크림 생맥주 한 잔과 치킨을 먹었다. 아이는 처음 먹어본 마카로니 과자를 맛보고 맛있다며 혼자 다 먹었다. 든든한 배를 채우고 달과 별을 보며 아이랑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셋째 날. 오늘이다. 체크아웃을 하고 점심을 먹은 뒤 속초에 있는 대관람차를 타러 갔다. 몇 달 전 온 가족 여행으로 베트남 다낭에 갔을 때 아이도 관람차를 타본 덕분인지 낯설어하지 않는다. 관람차 운행시간은 고작 10분 남짓. 그렇지만 바닷가 바로 앞에 있어서 경치는 좋았다. 무엇보다 베트남에서 경험한 관람차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최신식의 설비를 갖춘 관람차라는 것에 다시 한번 '역시 우리나라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3시간 반 가량을 달려 집에 돌아왔다. 서울이 인접할 무렵부터 퇴근시간과 애매하게 겹쳐 정체구간이 일부 있었지만 피크타임은 피해서 무리 없이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봐야 이틀이지만, 집에 돌아오니 왜 이리 몸과 마음이 다 편할까. 짐을 정리하고 집 청소까지 마친 뒤 저녁을 먹으며 아내랑 이야기를 나눴다. 재밌는 건 우리 둘 다 같은 마음이었던 것이, 지난 이틀의 시간이 그저 꿈같았다는 것이다. 저녁 시간이 돼서 아내는 아이 밥을 먹이고 그 사이 나 먼저 저녁을 먹고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이 모습에 우리의 여행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없어진 시간 같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가 웃기기도 했다.





여행을 언제나 즐겁다. 떠나면 즐겁고 행복하다. 그러나 돌아오면 또 집이 그렇게 좋다. 일상을 살다 보면 금방 또 떠나고 싶어 진다. 그러다 보니 삶을 늘 여행처럼 살아가는 노마드 라이프 스타일이 궁금하면서 동시에 집 생각이 커질 것 같아 노마드로는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양가감정이 모두 생겨난다.


이런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면, 삶은 언제나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이 되는 곳이 바로 집이고 가족이다. 이것이 나에게 가족이 소중한 이유다. 한 참 아이가 생기지 않았을 땐 둘만 이어도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셋이 되고 나니 이젠 셋이 아닌 우리의 모습을 떠올릴 수가 없다.


여행을 통해 또 한 가지 느끼게 되는 건 어느새 부쩍 큰 아이의 모습이다. 여행을 즐길 줄 아는 모습에 그저 감격스럽기만 하다. 이런 아이를 보면서 다음 여행을 생각해 보게 된다. 아이랑 더 좋은 곳에 머물러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더 멋진 곳에 함께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이렇게 또 한 가지 우리만의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사진을 꺼내보면서, 동영상을 돌려보면서 아이랑 함께 나눌 추억이 쌓여 감사하다. 무엇보다 아이도 좋아한 여행이라 더 행복하다.


우리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