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다고 다 즐길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나. 다른 건 모르겠고 수족구는 도무지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29개월 차 애기는 첫 수족구를 앓는 중이다. 수족구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이 되면서 손, 발, 입에 물집 같은 게 생기는 증상을 말한다. 이름 하나 직관적으로 잘 지었다.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가 그대로 이름이 되었으니.
수족구는 전염성이 있어 시작되면 약 일주일간은 집콕 생활을 해야 한다. 다행히 어른들에게는 아주 낮은 확률로 전염된다고 하니 모두가 갇혀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가 하루 종일 골골대며 뭐 하나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사를 돌보러 집을 나서는 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 꼼짝없이 아이와 집에 콕 박혀 지내는 중이다.
그동안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들 중에는 유행하는 것들을 빠짐없이 걸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우리 아이는 용케 잘 피해왔다. 운이 좋았던 건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어린이집을 빠지는 일들이 생겨서 그랬는지, 아무튼 돌치레 말고는 큰 고생 없이 잘 지내왔는데, 하필 수족구라니.
안 그래도 지난주에 어린이집 가정 통신문에 수족구가 유행하니 놀이터나 공공장소를 조심해 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마침 지난주 초에는 아이와 가족 여행을 다녀오느라 아이들이 많은 장소는 대체로 잘 피했다 생각했는데, 여행을 다녀온 후 어린이집에 갔던 이틀 사이에 옮았던 걸까. 아이에게 수족구 증상이 나타나자마자 아내가 엄마들에게 수소문해보니 우리 아이를 포함하여 4명이 수족구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열이 나고 힘들어하는 아이를 달래며 병원에 다녀왔다. 안타까운 건 수족구는 별다른 약이 없다고 한다. 세상 좋아지고 AI기술이 어쩌네 하면 뭐 하나 싶다. 내 아이가 아파서 괴로워할 때 그거 하나 낫게 해주는 약도 없는데. 그저 큰 병치레 없이 2-3일 아프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과 열이 많이 오르는 증상이니 해열제를 먹이라는 것 말고는 달리 처방이랄 것도 없었다.
문득 처음 코로나가 돌았을 때가 떠오른다. 약 3년간 모든 삶이 폐쇄적으로 흘러가야 했던 시간 동안 인간의 한계를 여실히 느꼈다. 바이러스라는 것에 대해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그 덕분에 많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앞에 '신종'이라는 수식어 붙는 순간 우리의 삶은 또다시 답을 찾기 위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답을 찾게 될지도 미지수이기에 그 싸움은 늘 힘겹고 많은 갈등을 낳는다.
어쩌면 수족구는 굳이 답을 내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치사율이 높은 건 아니니까. 그리고 자연적으로 회복이 가능하니까. 그래도 누군가 답을 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그저 한 아이의 아빠의 안타까움을 남겨본다.
오늘이 지나면 좀 편해질까? 지금도 아이는 침도 잘 삼키지 못해 괴로워하며 계속 칭얼댄다. 해열제로 잠시 컨디션이 회복될 땐 평소와 같이 TV를 보며 노래도 부르고 웃기도 한다. 그러나 약효가 떨어지면 이내 다시 한 참을 괴로워해야 한다.
아프면서 큰 거라지만 아이가 아픈 건 언제나 마음의 짐이 된다. 달리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그저 스스로 잘 이겨내길 옆에서 함께해 주는 것 밖에는 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