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육퇴 하자! 넷플릭스가 기다린다.

내게 넷플릭스 같은 평화.

by 알레
"오늘은 뭐 볼 차례지?"
"요즘 D.P2가 올라왔던데, 우리 그건 언제 봐?"
"오랜만에 영화 한 편 볼까?"
"오래간만에 예전 미드 한 번 보고 싶은데, 나 가십걸 봐도 돼?"
...
...
"새벽 4시 넘었다! 이제 자자."


육아 중인 나에게 밤은 보상의 시간이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보상의 시간으로 정해두었다. 육아맘 육아대디라면 밤을 부여잡는 보상 심리는 꼭 한 번씩은 겪게 되는 듯하다. 지속될수록 마음이 불편해지면서도 부여잡은 손을 쉬이 펴지 못하는 건 그만큼 육아로 인해 탈탈 털리는 하루를 위로해주지 않고서는 좀처럼 마음이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밤이 깊어질수록 아침은 고되다. 잠이 부족하니 아이가 집을 비운 낮시간에도 몽롱하다. 어떤 날은 부족한 잠으로 하루를 채울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늘 마음이 불편하다. 마음이 불편하니 다시 밤을 움켜쥔다. '오늘 밤에는 낮에 못한 독서와 자기 계발을 하리라!' 다짐하지만 거실에는 TV라는 강력한 욕망과 위로의 도구가 있다. 또다시 '두둥-'하는 사운드가 들리니 주문에 걸린 듯 고정된 자세로 시간이 흘러간다.


계속 반복되는 하루를 반성만 하고 있자니 너무 루저 같아서 변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여름에 취약하다. 집에서 작업하는 프리랜서이기에 방이 곧 작업실인데 우리 집 방은 여름에 무지 덥다. 그러니 에어컨이 있는 거실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근데 나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쉬고 싶은 아내에게 TV를 틀지 말라고 할 권한은 없지 않은가!


그래, 문제는 내가 아니라 여름이다! 여름이 문제다. 그렇다고 하자. 그렇게라도 마음이 조금 덜 불편할 수 있으면 그냥 그렇게 퉁치고 넘어가는 게 조금은 마음이 편하니.


여전히 한참 덥지만 그럼에도 여름은 지나가고 있다. 8월만 지나면 이제 더위도 제법 물러갈 테니 나의 하루도 재정비가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 본다. 아, 물론 그렇다고 8월을 계속 이렇게 흘려보내겠다는 뜻은 아니다. 딱 D.P2 까지만 보고, 이제 넷플릭스에게 빼앗긴 시간을 좀 정돈해볼까 한다. 아무래도 아내의 도움이 필요하니 나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여보, 나 이제 밤에 맥주랑 넷플릭스를 줄여야겠어."

그랬더니 아내가 말한다.


"근데 우리 경이로운 소문 2는 안 봐?"

응???


그럼,,,8월 한 달만 더 쉴까? 휴가철이니까. 그래도 되지 않을까?


밤은 역시 넷플릭스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