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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현충일입니다.

잠시 눈을 감고 묵념!

by 알레

언제쯤이었을까. 어린 시절에는 길을 가다가도 동네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걸음을 멈추고 묵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전혀 생소한 이야기겠지만,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봐야 내 나이 고작 40 초반인데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세월의 변화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듯싶다.


국경일에는 어김없이 국기를 게양하는 집들이 곳곳에 많았다. 그때는 그게 너무 당연했다. 어떤 마음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의식을 통해 우리는 그날의 의미를 되새겼고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해 준 순국선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짧게나마 표현할 수 있었다.


지금은 많은 게 달라졌다. 가장 먼저 국기를 내거는 집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파트 단지에 겨우 몇 집 있을까 말 까다. 우선 나 조차도 걸지 않는다. 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집에 태극기가 없을 뿐이다. 걸음을 멈추고 묵념을 하는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됐다.


사실 의식을 행하는 것보다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본질이라 여기는 만큼 국경일을 기리는 행동의 변화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때로는 반복적인 의식이 그 순간만큼은 반강제적으로라도 의미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의식을 무조건 등한시해서도 안된다.


어찌 되었든 내 아이가 좀 더 크면 그 의미를 잘 전해줄 수 있는 아빠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오늘은 현충일이다. 오전 10시에 1분간의 묵념 시간이 있었다는데, 집에서 멀찍이 사이렌 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빨간 날인 오늘 어린이집도 휴일이다. 덕분에 가정 보육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아이는 친구와 함께 근처 딸기농장에서 신나는 하루를 보냈다.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친 숭고한 희생은, 67년이 지난 지금 아이들에겐 신나는 하루를, 직장인들에겐 꿀 같은 휴가를 선물해 주었다.


저마다 다른 의미로 하루를 보내겠지만, 하루의 1분이라도 잠시 눈을 감고 묵념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보너스 같이 주어지는, 이제는 익숙하고 당연한 휴일이지만 적어도 오늘의 안전한 삶을 지켜준 선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면 좋지 않을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한다. 역사는 기억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계속 전해져야만 한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그 어떤 하루도 당연한 하루는 없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누군가의 희생과 강한 집념이 지켜낸 하루에 대해 조금이라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해 본다.


그런 마음으로, 그런 의미에서, 잠시 1분간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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