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롱한 상태로 보내는 요즘 샷 추가한 아이스 캬마 수혈이 급하다.
어쩌다 생활 패턴이 정말 틀어져버렸다. 새벽 시간 미팅을 지속하다 보니 커피로 버티고, 박카스로 버티는 시간이 매일. 점점 새벽에 잠이 깨고 이른 새벽에 잠자리에 드는 날들이 반복된다. 피부는 점점 까칠해지고 장시간 앉아있는 경우가 많아지니 목부터 등허리는 매일 뻐근하다. 거기에 나날이 힘이 좋아지는 아들을 감당하느라 그나마 남아있는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면 정작 내가 나를 거들기 위한 에너지는 한 모금 남는 정도다.
사실 나는 평소 단것을 잘 먹지 않는 편이다. 웃픈 이야기지만 대학생이 되었을 때 스쿨버스를 타고 오가는 길에 출출함과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초코바와 샌드 과자를 종류별로 먹던 버릇이 결국 언젠가 치통을 느낀 뒤로 싹 사라졌다. 정확히 둘 사이에 어떤 연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더욱이 아내도 단것을 잘 안 먹는 사람이니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그 시절로부터 오랜 시간 단것을 드문드문 먹었던 것 같다.
그랬는데, 요즘은 참 자주 당긴다. 사람들이 그러던데, 당이 떨어져서 그런 거라고. 피곤할 땐 당을 채워줘야 한다고. 정말 그런 걸까?
3월 14일, 화이트 데이 때, 아내가 캐러멜을 선물로 줬다. 노티드 도넛에서 나온 캐러멜인데 철제로 된 정육면체의 통도 귀여워서 빈통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많지도 않은 양을 3달에 걸쳐서야 다 먹었다. 참고 참다가 당이 당길 때 1개씩 꺼내 먹다 보니 3달에야 몇 개 안 되는 캐러멜을 다 먹을 수 있었다.
필요할 때 한 개씩 꺼내먹는 달달함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만큼 오래 참다 맞이하는 경험이라 간절함이 더해진 덕분일까? 아니면 노티드에서 나온 그 캐러멜이 맛있었던 걸까? 솔직히 판단을 내리긴 어렵지만, 그럼에도 좋은 기억이 하나 추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인생에도 달달구리가 필요하다. 캐러멜 한 개를 통에서 꺼내 입 안 깊숙이 넣어 어금니로 앙 깨물기까지 고작 5초 남짓의 시간이면 달달한 향과 순간 침샘을 자극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듯이 그 짧은 순간 기분을 반전시켜 줄 달콤함의 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겐 사랑이겠고, 근무 시간에 농땡이 치듯 짧은 휴식 시간이겠고, 깜빡 졸음의 개운 함일 수도 있다. 또 누군가에게는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 일수도 있을 테고, 폭풍 수다일 수도 있겠다. 지금 나에게는 고단한 하루를 보상해 주듯 육퇴 후 즐기는 맥주 한 잔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무엇이 되었든 캐러멜 한 개가 가져다주는 잠시의 즐거움만 못할까.
삶은 언제나 고되다. 반복되는 일상은 그 자리를 벗어나기를 갈망하게 만든다. 열망하는 것이 크고 명확할수록 갈증은 커진다. 동시에 괴리도 함께 커진다. 만약 이것을 느끼고 있다면 바로 지금이 당을 채워줘야 할 때다. 자기만의 달달구리를 한 입 깨물어야 할 시간이다.
오늘따라 유난히 샷 추가한 아이스 캐러멜 마키아또가 당긴다. 그러고 보니 안 먹어본지도 오래된 듯하다. 오늘은 아기 하원길에 하나 사들고 마시면서 와야겠다. 지금 난 진짜 당이 당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