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기 전에 이것부터 고민해 보세요.
최근 청년들이 구직활동마저 포기한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러면서 잠시 10년도 더 된 과거를 돌아봤다. 구직활동을 하던 시절. 그때를 돌아보는 건 나로서는 꽤나 불편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과 같다. 남들보다 늦은 구직활동을 하며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가 가득 밀려왔던 그때의 감정이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다 겨우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그 세월도 8년 ~ 9년 정도 지날 무렵 모두 끝이 났다. 이번엔 퇴사할 무렵을 떠올려 보았다. 회사의 지역 이전이 맞물려 퇴사를 선택했지만, 당시 N잡과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키워드가 한 참 뜨고 있던 무렵이라 퇴사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더 많이 회자되었던 것 같다. 나는 그들과 같이 살고 싶었고, 갓 태어난 아이가 있었지만 퇴사를 단행했다.
그리고 오늘. 이제는 퇴사한 시점으로부터도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퇴사를 고민하던 때와 퇴사할 무렵의 감정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오히려 현실의 녹록지 않음을 여실히 경험하며 살아가기에도 버겁다. 그럼에도 이 시간을 견디고 있는 건, 여전히 그때의 간절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은 어떤 심정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저들은 앞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걸까. 한편으론 궁금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안타깝다. 일과 사회생활이야말로 나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 믿기에. 그러면서 동시에 '지금 저들을 안타까워할 처지인가'라는 생각이 마치 오지랖 그만 부리고 본인 삶이나 해결하라는 듯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든다.
최근 읽고 있는 최인아 작가님의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알게 하라>에서 작가님은 일에 대한 관점을 재정의 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만큼 살며 깨달은 건 먹고사는 문제는 즐거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일도 역시 마찬가지다. 남들 보기에 꿈의 직장이라 여겨지는 곳에서 근무한다 해도 그 일이 항상 즐겁기만 할까. 속된 말로 그 안에는 또라이가 없을까.
결국 중요한 건 일에 대한 나의 관점이다.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보면 삶에 대하여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가에 따라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갓생도 좋고, 구직을 포기하는 삶도 좋다. N잡도 좋고, 퍼스널 브랜딩, 1인 창업, 크리에이터, 직장생활 뭐든 다 좋다. 단 무엇을 하든 스스로 자신의 선택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일에 대해 들은 얘기 중 가장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이야기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음악을 하고 싶어서, 글을 쓰고 싶어서 직장 생활을 감수한다는 뜻이다.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생산성과 업무 효율을 고려하지 않은 회사 시스템, 사내 정치, 책임 전가, 비전에 대한 고민, 등 많은 부정적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삶이라고 얼마나 다를까. 겉으로 신명 나게 일하는 듯 보이는 스타트업이라고 또 얼마나 다를까. 결국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부정적인 것들이 눈에 띄는 건 매한가지일 것이다. 어디에나 그에 상응하는 어려움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40대가 되니 주로 소통하는 사람들도 연령대가 비슷하거나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10년 전만 해도 패기 넘치는 도전적이고 한편으론 호전적이기까지 한 대화들이 자주 오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전혀 다르다. 오히려 삶을 한 발 물러서 관조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중 자주 듣게 되는 표현이 하나 있는데, '지난날의 경험들이 쓸데없는 게 하나도 없었다'라는 것이다.
나도 그랬지만 그들도 그 '지난날'을 보낼 땐 불만족스러움을 토로했을 텐데 지나고 보니 무엇하나 버릴 게 없음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모든 경험이 다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빠른 손절이 답인 경우도 분명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나의 관점, 나의 생각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만약 이직이나 퇴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나는 나의 일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있는지. 내가 진짜 바라는 삶은 어떤 삶이고 그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
한때는 퇴사를 종용(?)하던 퇴사작가로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참 미안하지만 삶은 현실이다. 그리고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음을 부디 알아줬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