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삶은 애쓰지 않아도 균형점을 찾아간다.

오랜만에 카페라이팅을 합니다.

by 알레
참 신기한 일이지, 집에선 위에 위에 위에 윗집이 공사한다고 멀찍이 웅웅, 드르륵 거리는 소리도 참 거슬린다고 미간에 주름이 움푹 들어간 상태로 앉아있는데 집 근처 카페에만 오면 온갖 소음이 어우러진 상태에 이어폰까지 꼽고 있는데도 거슬리지 않으니 말이야.

알레의 단상


가끔이지만 집이 아닌 공간에서 작업을 한다.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 가장 만만한 곳은 스타벅스(a.k.a 스벅). 오랜만에 쿠폰이 생겨 카페에 와서 글을 쓰고 있다. 오랜만에 카페라이팅 중이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으로 글을 시작해 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스스로 참 모순된 모습이지만 그냥 신기하다. 소음의 양이 절대적으로 적은 공간에선 시계 초침 소리마저 거슬릴 때가 있는데 소음으로 가득 찬 공간에선 오히려 외부소음을 차단시킬 소리를 추가하는겪이니.


원래부터 집돌이는 아니었는데 갈수록 집 밖으로 나가는 게 귀찮아진다. 현실적인 이유를 받아들인 탓이기도 하지만 집에서도 맛있는 커피와 노트북 올려놓고 작업할 공간은 있으니 굳이 나가지 않아도 충분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집에만 있으면 점점 디프레스 될 때도 있어서 나가게 된다. 이 또한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전업 육아아빠로 살아가며 경력단절 육아맘들이 이야기하는 그 상실감, 우울감을 모두 경험해 봤다. 지금도 전혀 사라진 건 아니지만 지금은 나름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까지 참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지만 그래도 잘 흘러온 것 같아 다행이다.


오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앉았다. 창가 쪽 바테이블. 창 밖의 사람들과 지나가는 자동차들, 그리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자리. 나 혼자 '내 자리'라고 지정한 내 자리에 앉았다.


사실 오늘 카페에 온 이유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집에 있음 한없이 늘어질 것 같은 피로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요 근래 피로누적이 지속되면서 낮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마의 시간을 보낸다. 이길 수 없는 피로가 온몸을 감도는 시간. 그 시간이 오기 전에 글을 써야 한다.


최근 균형 잡힌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이 또한 스스로 모순이라면 모순인 것 같은데, 직장 생활할 때 일과 삶이 너무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여겨 퇴사를 했건만 어째 퇴사 후 살아가는 삶이 더 불균형으로 치닫는 기분이다. 일을 할 때도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 고민했는데, 일을 하지 않는 지금도 난 '일과 삶의 균형'으로 고민하게 된다. 하기사, 나는 퇴사를 한 거지 파이어 한 건 아니니까. 근데 또 파이어 족이었다 해도 다른 고민을 했을까? 결국 또 다른 형태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카페라이팅을 하다 보면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때가 있다. 달리 일을 하지 않는다는 불안감으로부터의 안정감. 프리랜서가 된 것 같은 안도감.


삶은 늘 그렇게 균형점을 찾아 몸부림치는 것 같다. 자연이 정화 기능을 갖고 있듯 삶도 그렇다. 일을 하지 않는 삶이 일에 찌들어 가는 동안 상상했던 것만큼 행복하지는 않다. 오히려 거의 쓸모를 다해 버리기도, 그리고 버리지도 못하는 몽당연필 같다. 쥐고 쓰자니 손에 걸쳐지지 않고 버리자니 아직은 더 쓸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존재.


결국 지금 난 다시 일을 하고 있다. 글을 쓰고, 글을 읽고, 소통을 하고, 생각을 나누고, 고민을 하고, 방법을 찾아가며, 오히려 더 바쁘고 피곤한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돈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 뭐라도 하고 있음이 오히려 생각을 정화시키고 일상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준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균형이다. 힘을 빼고 물살을 타듯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삶을 유영하며 살아가는 삶. 좋아하는 것들, 취향들로 채워진 삶.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나를 써 내려가는 삶. 오늘도 난 나만의 방식으로 밸런스를 유지하는 중이다. 진한 커피 한 잔과 함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