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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과 함께 글 쓰는 소중한 시간

귀하고 소중합니다.

by 알레

간혹 이런 말을 듣는다. '삶이 참 각박해졌다.' 언제부터 우리 삶이 각박해진 걸까? 각박하지 않던 시절은 있었나? 이 말을 들을 때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마치 경제는 매년 위기였던 것처럼, 삶은 매번 각박한 것 같다. 경제는 뭐 지표를 가지고 말한다 쳐도 삶은 각 개인이 느끼는 상대적인 느낌이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여 또는 나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여 마치 세상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지레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과거야 이웃 간에 좀 더 살갑게 지낸 기억이 남아있으니 나 역시 때론 오늘날의 삶이 각박하다 느껴질 때가 있지만 잘 생각해 보면 관계의 모양새가 바뀌었을 뿐인 것 같기도 하다. 온라인 만남이 불가능했던 시절이야 모두가 얼굴을 마주해야만 관계를 만들 수 있었으니 서로 부대끼는 삶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든 원하는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으니 만남이 보다 쉽고 가볍게 여겨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일테다.


비록 대부분의 시간은 가족을 제외한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만큼 카페에 앉아 얼굴을 마주하며 나누는 대화가 그립기도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지금 난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내 주변에는 정말 좋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음을 깨닫게 된다.


한 달 동안 함께 글을 쓰며 각자의 삶을 내어놓는 작가님들 덕분에 오히려 내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 우리는 쉽사리 자신의 삶을 특별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나에게 내 삶은 매일 이어지는 시간의 연속이니 특별함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그러나 글 속에서 만난 작가님들의 삶은 언제나 특별했다. 진중한 자세로 자신의 삶을 대하는 모습에서 좋은 태도를 배우기도 한다.


힘든 일을 겪을 땐 그 상황을 덜어주고자 서로 애써주시는 모습에 가슴 깊이 묵직하게 차오르는 감격과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된다. 언제나 내어놓는 글이 부족하지만 한 마디 댓글이라도 마음을 살피듯 남겨주시는 모습이 너무나 소중하다.


실제로 만나보지 못했어도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매일 서로의 삶 속에 찾아가는 시간은 한 번의 만남 이상의 내밀함을 갖게 만든다. 마치 오랜 시간 알아온 사이인 것처럼 어느 날 문득 글 속에서 본 내용이 떠올라 안부를 묻고 싶어지는 경우도 있다.


다시 한번 질문을 떠올려 본다. '세상이 정말 각박 해진 것일까?' 아니, 어쩌면 세상을 대하는 내 마음이 각박 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된 건 맞지만 그래서인지 동시에 서로는 서로를 갈망하는 모습도 존재한다. 만약 우리가 조금만 마음을 열 수 있다면, 조금만 서로를 살갑게, 다정하게 대해 줄 수 있다면, 우리가 서로를 조금만 더 알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있다면 조금은 더 낫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글로 만나는 모임이 소중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어놓을 수 있는 안전지대 같은 모임이 너무나 귀하다. 함께의 가치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 한 달이었다.


함께라서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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