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에서 깨어나는 중입니다
어쩌다 내 이름 '알레'가 '알(에서 깨어날)레'가 돼버렸는지. 스스로 너무 웅크리고 살아온 시간 때문인지, 나의 긴 세월로 보면 너무나 익숙한 나의 평상시 모습이 누군가에겐 달라진 모습으로 비치는 듯하다. 조금은 씁쓸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다시 좋은 방향으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니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 본다.
전부터 '작은 성취감'이나 '스몰 스텝'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머리로는 늘 이것이 중요하고 성장을 위해선 누구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단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슴으로는 잘 와닿지 않았다. 언제나 10 계단 위의 성취만을 바라보며 첫 번째 계단 밟기를 망설이며 살아왔으니.
인생이 참 재밌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요즘 그런 느낌을 자주 받는데, 정말 별것 아닌 것들이 유난히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는다. 내용으로 보면 정말 별것 아닌 일상의 한 자락에 불과한 것들이고, 과거에도 종종 있던 경험이다. 그러고 보니 달라진 건 내 마음인 것 같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내 마음상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하면서 두어 달 정도 마음의 부침이 있었다. 그들 때문이 아닌 철저히 내 안에서의 혼란이었고 저항이었다. 나를 향해 던져지는 부정의 메시지들은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존감마저도 흔들었다. 그간 해오고 있는 것들보다 해결하지 못한 과제에 대한 자책으로 마음이 가득 채워지면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수렁으로 계속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다행히 과거의 일이다. 지금은 다시 평소의 상태에서 좋은 방향으로 향해가는 중이다. 이제야 뒤돌아본 최근 두어 달의 시간은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던지고 있다.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쌓아온 작은 성취감들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 보니 입버릇처럼 자주 내뱉었던 표현이 하나 떠올랐다. '별 것 아니다.' 나는 내가 가진 것과 내가 해온 것들을 습관처럼 '별 건 아닌 것'으로 평가 절하해왔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그저 겸손함의 표현이었던 것이 어느새 나의 무의식에 '의미 없음'으로 크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 그것을 일깨워 주고 지속적으로 '의미 있음'의 메시지를 불어넣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 깨어나기를, 일어나기를 인내해 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 그들 덕분에 다시 삶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나와 같은 경험을 자주 한다거나, 이러한 상태에 깊게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 삶의 '별 것 아닌 것들'이 진짜 별 것 아닌 것인지에 대해.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 작은 것들은 앞으로 도달하게 될 어느 지점의 시작이고, 첫 발을 뗀 용기였으며, 한 계단 오른 성취의 기억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 그리고 인정해 주길 바란다. 내가 겪어온 삶의 경험들, 어떤 것도 쓸모없는 게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