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쓰기를 잠시 멈췄다. 그동안 내 나름 쏟아낸 시간에 적잖이 지치기도 했다. 매일 인증을 하는 챌린지를 운영하며 작가님들과 함께 글을 쓰다 보니 한편으론 글 하나에 정성을 담고 싶은 갈증도 생겨났다. 그래서 잠시 쉬어 보기로 했다. 근데, 요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한 가지 있다.
'나 지금 제대로 쉬고 있는 거 맞나?'
매일 하던 습관적 행위를 멈춰서 그런 걸까 아니면 글을 쓰지 않아서일까. 마음이 편치 않다.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후련한 기분은커녕 오히려 찝찝하다. 머리로는 휴식을 선포했지만 어쩌면 마음으로는 나에게 직무 유기 같은 판결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기가 막힌 건, 다시 쓰려하니 맨 처음의 나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근데 뭘 써야 하지?’
참 어이가 없다. 그동안 아무 단어나 툭 던져도 두려움 없이 써 내려갔는데. 뭐 얼마나 쉬었다고 벌써 이렇게 무뎌질 수 있단 말인가. 집에서 가끔 사용하는 만년필이 하나 있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더니 그새 잉크가 굳어 아무리 그어도 어떤 색깔도 묻어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미지근한 물에 한동안 담가 굳어진 잉크를 녹이고 나서도 한참 물을 머금은 잉크를 제거하고 난 뒤에야 다시 사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 내 머릿속은 굳어진 펜촉이 돼버린 것 같다
좋게 생각해 보자. 흠. 지금, 이 상태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그러고 보니 초심자의 마음이 이런 거겠지 싶다. 글을 쓴 지도 어느덧 2년. 초심자의 자리에서는 벗어난 지금 그때의 나를 다시 돌아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마침 글쓰기에 대한 강의를 준비해 보는 중인데, 차라리 잘 되었다 싶다. 이참에 다시 초심자의 마음으로 생각을 정리해 보는 거다.
그래서 2년 전으로 돌아가면 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1. 우선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는 모든 삶에 공통 분모인 듯싶다. 비단 글쓰기뿐만 아니라, 독서, 운동, 필사, 공부, 일, 육아도 시간과 장소는 우리 삶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자연 상태로 살아가려는 사람이 아닌 이상 특히 더 이 둘에 대한 규칙이 필요하다.
글쓰기는 고독한 작업이다. 만약 나처럼 자기 내면을 탐구하며 써 내려가는 글쓰기를 하는 작가라면 충분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독해지려면 주위가 분주해서도 산만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난 조금은 닫혀있는 장소를 선호한다. 개방감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경계 지어진 장소. 하다못해 널찍한 책상 위에 내 자리만 비추는 조명 하나로 경계를 만드는 한이 있어도. 그래야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마치 촛불을 바라보는 시간처럼.
2. 두 번째는 글쓰기를 위한 감정 몰입상태다.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기보다 감정의 오르내림이 큰 사람이다. 그 말인즉슨 감정의 파도를 잘 타면 언제든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감정은 작가에게 좋은 열쇠다. 그러니 어떤 방법으로든 감정을 꺼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환경이 필요하다.
가령 음악이나 특정 공간, 또는 특정 시간대 등을 잘 활용해 보자. 지금은 많이 평준화되긴 했지만, 처음 글쓰기를 할 때는 주로 낮에 글을 썼다. 그때는 직장인이었기에 사무실에서 글을 썼는데, 아무래도 퇴사를 한참 고민할 무렵이었기에 가장 현실적인 공간에서 현실적인 이야기에 감정을 더하기가 쉬웠다. 물론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는 글쓰기에 딱 맞기도 했으니.
퇴사 후에는 주로 밤에 글을 썼다. 육아로 진을 빼고 난 뒤, 하루 중 가장 고요했던 시간, 그 시간에 글쓰기를 했다. 지금은 시간대에는 대중이 없긴 하지만 글쓰기를 위한 몰입의 상태에 접어드는 타이밍을 잘 활용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자고 일어난 뒤 살짝 몽롱한 상태나, 웅장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장 극단적일 때는 어린이집 하원 시간 직전이다. 뭐든 마감 시간 직전에 가장 몰입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니 이 방법도 잘 활용하면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
3. 마지막 세 번째는 역시 매일 쓰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익숙해지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익숙해지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여겨진다면 한번 스스로 점검해 보자. '지금 나는 얼마나 자주 글을 쓰고 있는가?'
많은 콘텐츠의 기초가 글쓰기인 만큼 글쓰기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믿는다. 더욱이 나처럼 직장을 벗어나 노마드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가장 기초 소양과 같다. 때로는 길게, 또 때로는 짧게 쓸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브런치와 같은 긴 글의 플랫폼이 익숙하지 않다면 하루는 브런치에, 또 하루는 SNS에 번갈아 가며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플랫폼마다 쓰는 방법이 다르듯 나에게 친숙해지는 플랫폼이 따로 있는 법이니 다방면으로 접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정리해 보자면, 첫째, 시간과 장소 확보, 둘째, 감정 몰입 상태, 그리고 마지막 셋째 매일 쓰기. 사실 이 세 가지는 꼭 글쓰기에만 접목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하든지 이 세 가지를 잘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습관화시키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글쓰기는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리고 당장의 결과가 눈에 보이는 작업도 아니다. 그러나 누적되는 만큼 힘이 되고 성장의 가장 확실한 밑거름이 되어준다.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글쓰기를 시작하길 바라는 솔직한 마음도 남겨본다.
망설이고 있다면 용기를 내어보자. 나를 드러내기가 어렵다면 익명의 글로, 또는 나만 볼 수 있는 공간에 쓰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단, 그럼에도 공개된 플랫폼에 글쓰기를 시작하길 추천하는 것은 혼자만의 세계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용기를 내어보자.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를 받을 것이기에 나의 이야기를 꺼내 보자. 적어도 내가 당신의 첫 번째 팬이 되어드릴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