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치트키 글감 찾기

오늘의 글감은 '설거지'입니다.

by 알레

매일 제시되는 글감은 글을 쓰게 만드는 마법 버튼과 같다. 초반에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보통 써보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 문제는 해결책이 간단하다. 그냥 분량과 상관없이 매일 쓰면 된다. 스스로 익숙하게 여길 만큼 자주 쓰다 보면 어느새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 오히려 더 어려운 점은 '무엇을 써야 하나'에 대한 부분이다.


글쓰기 강의를 듣는 분들치고 굳이 일기를 잘 쓰고 싶어서 강의를 듣는 분은 없을 것이다. 에세이나 소설, UX 라이팅, 마케터의 글쓰기 등 무언가 글을 통해 나를 드러내고 독자 또는 대상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잘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다.


강의를 듣지 않고도 이러한 욕구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 정해진 기간에 맞춰 미리 글감을 뽑아 놓는 것이다. 글감은 한 단어 형태로 주어지면 좋다. 그리고 일상의 영역에서 뽑아 보면 더욱 글쓰기가 쉽다. 글쓰기는 물론 콘텐츠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공통으로 관찰을 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


우리 주위에는 굳이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지나치는 것들이 수천, 수만 가지 될 것이다. 그것들 전부를 일일이 관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하루에 10분이라도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을 길러보자. 그리고 관찰한 것들을 다른 것과 연결 지어 보는 것이다.


가령 사무실에서 서류와 잡동사니가 널브러진 누군가의 책상을 보면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일상을 떠올려 본다던가, 바닥에 고여있는 물에 비친 하늘을 바라보며 평행 세계를 상상해 본다던가. 커피 믹스 한 잔에서 직장인들의 숨 고르기와 동시에 육체노동자의 달콤한 휴식이 떠오르듯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일상은 알고 보면 글감의 보물 창고와 같다.


오늘 글루틴에 주어진 글감은 설거지다. 설거지하면 짧은 에피소드들이 떠오른다. 먼저 우리 집은 제사가 있을 때마다 어머니들이 요리하고 아버지들은 늘 재료 다듬기, 청소, 설거지를 담당했다. 나름 적절하게 각자의 역할이 분배되어 있었다. 부모님 대에 정해진 룰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집안일은 누구의 몫도 아니다. 공동의 영역이니 함께 분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른들에게 그것을 배웠고 배운 대로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삶을 통해 나의 아이도 그 가치를 배울 수 있길 바란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직장에서의 일이다. 직장은 모두가 주인이거나 손님인 곳이다. 전자의 경우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은 후자의 경우로 인식한다는 점이 문제의 원인이다. 직장의 탕비실 싱크대엔 언제나 커피나 차를 마시고 난 컵이 쌓인다. 손님이라도 오고 나면 다과를 담았던 그릇까지 더해 금방 난장판이 됐다. 거기에 꼭 커피 믹스 껍데기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두고 가는 상습범 상사도 있다. 누가 치워야 할까?


처음엔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누구랄 것도 없이 눈에 보일 때마다 돌아가며 치웠다. 그러나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된다는 말처럼, 어느 순간 암묵적으로 치우는 사람이 지정된 듯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다. '그 사람이 치우겠지' 마인드가 만연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도 치우기를 거부했다. 하루가 다 가도록 탕비실은 지저분한 상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공간으로 변모해 갔다. 결국 한바탕 잔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리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그날뿐이었다.


무릇 자기가 사용한 건 자기가 정리하는 게 가장 좋다고 믿는다. 그 쉬운 걸 왜 안 하는 걸까. 사장이나 부장이 설거지하면 안 되나? 의문에 답을 찾지 못하고 퇴사했다.


짧은 에피소드였지만 평소 담아두었던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설거지'라는 글감 버튼을 누르니 연상되는 기억을 유영하던 중 발견한 에피소드를 적어본 것뿐이다. 2년간 글을 쓰면서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글쓰기를 더 이상 어렵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일단 나로부터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그만큼 익숙해졌다. 내가 이렇게 했듯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만약 지금 소재 찾기가 어렵다면 반경 5m 이내에 있는 사람, 물건, 공간, 조명, 향기 등을 살펴보자. 아무것도 없으면 '아무것도 없음'으로도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나의 경험과 연결 짓기를 반복해 보기를 추천한다. 장담하건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적으로 글감을 발견하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