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과감하게 질렀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 딱 세 분만 무료로 도와드리겠다고. 3명 한정으로 진행하는 것은 한 분 한 분에게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며 동시에 나의 역량이 딱 거기까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지른 거라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고민 중이다. 질러본 것도 나로서는 참 대단한 일을 해낸 거다. 사실 지르는 용기도 없었으니까.
질러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를 처음 하는 분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겠구나 하는. '누가 관심이라도 보이겠어?'라는 아주 전형적인 쭈구리 마인드다. 참 오랫동안 마음 깊이 숨어 지낸 나의 오랜 동반자 쭈구리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이제 이 집에서 나가주겠니?' 아니, '이제 내 집에서 나가!'라고. 하도 오래 같이 살아서 그런가. 정작 질러 놓고도 떠나가는 뒷모습에 마음이 아련해진다. 그 녀석이 있던 자리가 왜 갑자기 텅 빈 느낌일까 하는 생각에 하마터면 다시 붙잡을 뻔했다.
그래서 글쓰기를 할 때 내려놓아야 할 생각의 첫 번째로 뽑아 본 것이 바로 쭈구리 마인드다.
우선 냉정하게 말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 아무도 나에게 관심 없음을. 그게 차라리 속 편하다. 오롯이 나만의 기록을 하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면 언제나 대상이 존재한다. 특정되어 있든 두루뭉술하든 작가는 독자를 염두에 두기 마련이다. '한 번도 독자를 생각해 본 적 없는데요?'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에이, 그래도 한두 명은 보겠지'라는 마음이 솔직히 있지 않나. 그러니 반응이 현저하게 낮으면 괜스레 마음도 처지는 것이다.
관심 없음을 인정하면 오히려 내지를 수 있다. 때론 정제되지 않는 날것에 더 좋은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솔직한 나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 갈 용기다. 정제되고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반복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일단 쭈그러들지 말자.
두 번째는 잘 써야지 하며 붙들고 있는 미련이다.
솔직히 난 아직도 모르겠다. 잘 쓴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의 기준이 뭘까. 잘 쓴 글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는 있지만 이론적으로 어떤 게 잘 쓰인 글이라고 설명할 재간은 아직 없다. 물론 '이건 영 아닌데' 싶은 글이 있긴 하다. 피드백을 드리다 보면 답답함이 밀려올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그 또한 잘 못 쓴 글이라기보다 아직 정리가 덜 된 글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일전에 커피숍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들은 내용이 떠오른다. 오픈을 준비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명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셔본 결과 '어디가 진짜 잘 내리는 집'이라는 기준은 갈수록 모호해졌지만 '잘 못 내리는 집'의 기준은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글쓰기도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꾸준히 쓰다 보면 결국 자기 결을 찾아간다. 그럼, 그때부터는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준다.
그러니 애매하게 잘 쓰려고 공들이기보다 꾸준히 쓰는데 에너지를 쏟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은 영감이 오기를 기다리지 말자.
원래 영감님은 거동이 느리신 법이다. 이제 오나 저제 오나 기다리면 오히려 글 쓸 타이밍을 놓친다. 2년간 글을 쓰면서 깨달은 건 일단 꾸준히 쓰다 보면 글쓰기가 익숙해지면서 동시에 영감을 발견하는 촉이 생긴다는 것이다. 일기도 그 안에 통찰이 담기면 한 권의 책이 된다. 전이수 작가의 <이수의 일기>처럼.
사실 영감이라는 것은 관심과 관찰에서 오는 것이다. 즉, 민감도를 높이는 게 먼저고, 그러려면 익숙해져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꾸준함이 답이다. 지속하다 보면 다름을 보게 된다. 다름을 보는 눈이 뜨이면 그때부터는 회춘하신 영감님이 달려오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결론은 꾸준히 쓰자는 것으로 귀결된다. 솔직히 나도 이제 겨우 2년 글을 쓰고 있는 정도일 뿐이다. 내로라하는 작가님들이 저 구체적으로 좋은 예시와 함께 글쓰기에 관해 서술한 책도 많지만, 글쓰기 2년 차의 찐 경험으로 할 수 있는 말이니 오히려 더 생동감이 있지 않을까 싶어 감히 용기를 내어 보았다.
벌써 11개월간 함께 매일 글쓰기를 실천하고 계신 작가님들이 있다. 그분들의 시작과 현재까지의 변화를 알기에 그분들을 볼 때면 더욱 결연의 의지를 다지게 된다. 꾸준히 쓰자. 타고나지 않았음. 꾸준함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멈추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닿을 것이다. 꾸준함의 환경이 필요하다면, 글루틴으로 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