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바라보기

by 알레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요즘이다. 글쓰기 강의를 해보겠노라 선언했지만,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다. 더욱이 이번 주 내내 심야 알바를 하는 중이라 피로감이 증폭한 상태. 아무래도 집에 있으면 작업에 진척이 없을 듯하여 집을 나섰다.


가로수의 단풍이 저마다의 색을 더해 가을의 질감을 더해주는 듯했다. 횡단보도에 멈춰서 올려다본 파란 하늘에 울긋불긋한 색이 더해지니 풍요로워지는 기분이었다.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의 카페에 가는 길. 익숙한 가을 풍경을 잠시나마 음미해 보았다.


걸음을 옮기기 위해 시선을 바닥으로 향했다. 생명력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거무튀튀한 아스팔트 위 하나 둘 떨어진 낙엽이 다시 걸음을 붙잡았다. 참 묘하게 어우러지는 느낌이었다. 아스팔트도 낙엽도 생명이 없는 존재인데, 둘이 만나니 오히려 생기가 불어넣어지는 듯했다.


낙엽이 질 때면 늘 저물어 가는 한 해를 떠올리곤 했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떠올리며 깊은 고민에 빠지는 날도 있고 덕분에 하루를 몇 배로 재촉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은 저물어 감이 아닌 생기를 느꼈다. 이 또한 생경한 기분이었다.


낙엽이 지는 게, 마치 고개를 떨군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위함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 그동안 왜 저물어 가는 것에만 마음을 두고 살았나 싶었다. 그러면서 나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위에 있을 땐 끌어당겨 주고, 아래에 있을 땐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삶이 되길 바라본다.


다르게 바라보기는 글쓰기의 선물이면서 글을 쓰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가져야 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어딘가에 시선이 닿는다는 것은 동시에 그 이면에는 닿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이면을 상상하면 새로운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글을 쓰다 보면 줄곧 소재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유난히 무엇을 써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다르게 보기는 좋은 글감을 물어다 주는 제비가 되어준다.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나에게 가장 익숙한 사물의 입장에서 글을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일 손에 쥐고 살아가는 스마트폰은 어떤 기분일까? 수시로 만져주고 보듬어 주니 기분이 좋을까? 아니면 이제 좀 쉬려고 눈을 감으면 자꾸 툭툭 건드리면서 깨우는 게 성가시려나? 주인 잘 못 만나 수시로 깨지고 실종 상태에 빠지는 기분은 또 어떨까?


사물의 입장에서 스토리를 써 내려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이들 콘텐츠이지 않을까. 요즘 35개월 아들 덕분에 참 다양한 콘텐츠를 보게 되는데 사람이 아닌 사물이나 동물이 의인화된 것이 대부분이다. 여담이지만 '브레드 이발소'는 정말 다르게 보기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입장이지만.


요즘 나는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며 하나씩 정리를 해나가는 중이다. 강의 준비를 위함도 있지만 그보다 나 자신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글쓰기에 대한 책도 찾아 읽어보는데 놀라운 건 책 속에 쓰인 방법들을 지난 2년 동안 적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누구라도 꾸준히 쓰면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부디 글쓰기를 대단한 작업으로 여기며 스스로 벽을 세우지 않길 바란다. 대단한 작업인 건 맞지만 업으로서의 글쓰기가 아닌 이상 어려운 작업은 아니라고 믿는다. 삶은 끊임없이 쓸 거리를 던져준다. 그런 의미에서 삶 그 자체가 영감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보자. 나의 감정, 반응, 기분, 주변 환경 등.


글쓰기는 늘 가까이에서 출발하기 마련이다. 오늘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낙엽처럼. 반복되는 일상은 지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오늘 나의 일상에 '지루함'의 프레임을 벗기고 낯설게 바라보기를 실천해 보자. 당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하루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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