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뭐 그까이꺼~!

by 알레

호기롭게 제목을 적어놓고 마음은 안절부절못한다. 사실 요즘 매일 뭘 써야 하나 늘 고민에 고민이 거듭되기 때문이다. 글을 오래 쓰다 보니 어떤 날은 글이 술술 써질 때가 있다. 그럴 땐 하루에 두 편, 세 편의 글도 썼고 그렇게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글감이 계속 떠올랐다.


반대로 요즘처럼 도통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요즘 나는 '글 쓰는 사람의 머릿속이 이렇게까지 평화로워도 괜찮은 건가' 싶을 정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삶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글쓰기 하나만 보면 지금 내 머릿속은 태평성대다.


신기한 건 그럼에도 일단 시작하면 뭐라도 쓰게 된다는 점이다. 그간 멈추지 않은 덕일 테다. 그간 열심히 쥐어 짜내본 경험 때문일 테다. 2년간 꾸준히 글을 쓰니 내 안에 글쓰기 자동화 시스템이 만들어졌나 보다.


매번 느끼지만, 글쓰기는 참 어렵다. 글쓰기 행위 자체로도 충분히 난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글쓰기는 나의 내면을 기록하기 위함이니 더욱 그렇다. 일단 내면의 나조차 뚜렷하지 않은데 하물며 글쓰기는 오죽할까.


그럼에도 참 건방지게 제목을 적어보았다. 분명히 밝히지만, 글쓰기를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라 오히려 '나도 하는데, 너도 할 수 있어' 같은 의미랄까. 브런치 작가가 됐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글쓰기 모임이 많은 듯하다. 그만큼 글쓰기에 대한 갈증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소리겠다. 반가운 일이다.


글쓰기는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지만, 불안한 감정을 비롯하여 온갖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때 글쓰기는 방지턱 역할을 해줬다. 악성 종양처럼 삽시간에 커져 버리는 불안감을 글 속에 적고 나면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마치 예수님이 갈릴리 호수의 폭풍우를 잠잠하게 한 것 같은 느낌이랄까.


글쓰기는 내면의 고요함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주위가 소란스럽다 해도 내면이 고요하면 무엇이든 써 내려갈 수 있다. 반대로 주변이 고요해도 내면이 소란스러우면 글쓰기를 시작할 수 없다. 그러니 글쓰기가 내 삶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글 쓰는 시간을 통해 매일 내면의 소란에서 평온함을 찾을 수 있으니.


오래전 친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 장난스러운 허언을 잘 날리곤 한다. 친구가 오늘 1등급 한우를 사달라고 하면, '한우 뭐 그까이꺼!'로 답하는 식이다. 어차피 그럴 재간이 없다는 걸 서로 빤히 알기에 오히려 쉽게 내뱉어지는 말이다.


마찬가지다. '글쓰기 그까이꺼!'의 속내는 사실 나에겐 그럴만한 재간이 없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손에서 놓지 않는 건 그만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또 한 달의 글쓰기 여정이 끝이 났다. 글루틴 10기가 오늘로 마무리된다. 작가님들과 함께 쓰고 소회를 나누는 시간은 늘 풍요로움을 더해준다. 글루틴을 운영하는 나에게, 이 모임은 많은 말을 나누기보다 글 속에 담긴 저마다의 인생을 슬그머니 들여다보며 서로를 더 알아가는 즐거움이 크다. 다음 기수에는 또 어떤 삶을 만나게 될까. 그리고 나는 또 어떤 나를 만나게 될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마침표를 찍어본다.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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