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교적 글을 길게 쓰는 사람이다. 긴 글을 쓰는 게 익숙해졌고 익숙해진 만큼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SNS에 영상 콘텐츠를 올릴 때도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자막을 많이 넣는 편이다. 그래서인가. 콘텐츠 시청 지속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얼마 전 작가님들과의 대화 중 긴 글이 익숙하다는 사람과 짧은 글이 익숙하다는 사람으로 나뉘어 서로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오고 가는 대화 중에 서로 웃을 수밖에 없었던 한 가지 비밀을 발견했다.
긴 글을 쉽게 쓸 수 있는 비밀! 그것은 바로 '말이 많다'였다는 사실.
나는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오늘도 친한 지인들을 만나 커피 한 잔과 함께 서너 시간의 대화를 나눴다. 그럼에도 시간은 턱없이 모자랐다. 대화 습관과 글쓰기는 상호 작용을 한다고 믿는다. 작가님들과 지난 대화 중 이 비밀에 격하게 공감해 주셨던 분도 역시 평소에 말수가 많은 분이라고 하셨다.
말이 많다는 건 그만큼 상대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래 인간은 하루 평균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하는데, 그것들을 입 밖으로 자주 많이 꺼내어 놓는 만큼 그 속에서 글감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나는 무언가에 대해 아이데이션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와 같은 사람에게 글쓰기는 곧 손끝으로 하는 말하기와 같다. '말하기와 같다'는 의미는 쓸 거리도 많다는 소리다. 그러니 비교적 긴 글을 쉽게 써 내려갈 수 있다.
물론 긴 글을 쓰는 게 뭐 그리 대수겠냐마는 SNS에 익숙한 사람들은 글을 길게 쓰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도움이 되어보고자 나만의 팁을 3가지 적어 보고자 한다. 물론! 말이 많다는 것은 제외하고!
1. 서론 본론 결론의 구조
이게 뭔 소리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구조적 짜임 없이 글을 써 내려가는 경우도 많다. 서론이 없이 본론과 결론만 있는 글, 서론만 쓰다 끝난 글. 글에 대해 피드백을 해보다 보면 다양한 글쓰기 습관을 만나게 되는데 그중 의외로 자주 등장했던 것이 구조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였다.
물론 구조적으로 짜임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무조건 긴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살을 붙이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한 번 구조를 염두에 두어 다시 한번 글을 읽어 보자. 아마 내용이 길어도 잘 읽히는 글은 적절한 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 에피소드와 감정 그리고 메시지 활용
에세이를 쓸 때 에피소드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에피소드는 글쓰기에 있어 독자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단순히 에피소드 서술만 있으면 아마 그건 에세이가 아니라 사건 일지가 될지도 모른다. 에피소드에 감정을 담아보자. 단, 감정을 담을 때는 비록 내가 느낀 감정이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으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자청의 <역행자>라는 책에 보면 프롤로그에서 챕터 1까지 저자의 지난 삶을 여실히 드러낸다. 지질했던 삶에서 어떻게 성공한 삶으로 변할 수 있었는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 에피소드와 감정,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모두 녹아있다. 덕분에 이 책의 첫 장을 열어본 사람들은 막힘없이 역행자 7단계까지 읽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궁금하다면 한 번 찾아 읽어보시길.
3. 정보성 글쓰기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선 설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의 이해를 위해 설명을 더 하다 보면 글이 길어지기 쉽다. 지금 한번 떠올려 보자. 친한 친구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10가지 방법을 찾아보자. 그리고 적어보자.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보성 글은 방법과 설명 그리고 예시까지 덧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좋은 예는 전자책일 것이다. 완성도가 높은 전자책일수록 앞서 이야기한 모든 것이 다 잘 들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참고하기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위의 세 가지 방법은 실제로 나의 글쓰기에도 수시로 적용하고 있는 방법들이다.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말이 많다는 것이 가장 강력한 이유인 듯하다. 할 말이 많다는 건 바꿔 말하면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관심과 관찰은 어쩌면 작가에게 필요한 중요한 태도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분량은 그다음 문제다. 재료가 충분하다면 늘리고 줄이는 건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나'와 '나를 구성하는 세계'를 더 유심히 살펴보고 둘을 적절하게 연결 지어 보자.
사실은 이게 내가 말하고 싶은 진짜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