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과 글쓰기 그리고 일상에 대하여

by 알레

집에서 매일 커피를 내려 마신다. 커피를 내리는 3분~4분 남짓의 시간 동안은 잡념이 사라진다. 빵처럼 부풀어 오른 커피와 퐁퐁 터지는 기포를 바라보며 향에 흠뻑 젖어 든다. 시간에 맞춰 물을 붓기를 반복하면 커피 한 잔이 완성된다. 커피는 언제나 그렇듯 짧은 시간 가장 강렬한 안식을 준다.


매일 하는 것 중 또 하나는 글쓰기다. 커피 향에 그날의 기분에 맞춰 낮게 깔아 둔 연주곡은 글쓰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나의 글쓰기는 언제나 감각을 이용한 글쓰기다. 여유로운 오후 햇살이 스미는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카페에서 글쓰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집에서 내린 커피가 더 좋아 이제는 대부분 집에서 작업을 한다.


최근에 책 <커피 셀프 토크>를 읽고 난 뒤 커피 한 잔에 글쓰기와 더불어 셀프 토크를 추가했다. 커피 셀프 토크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커피'라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의 장치로 활용하니 커피를 마실 때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셀프 토크가 시작된다. 요즘 나는 작가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더욱 강력하게 확립시키기 위해 셀프 토크를 하고 있다. 그냥 작가가 아닌, 베스트셀러 작가. 가장 보통의 삶에서 특별함을 써 내려가는 작가가 되기 위해.


일상은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무는 시간대다. 따라서 일상은 저마다 다르게 해석된다. 그 안에 담기는 내용도 제각각이다. 일상은 대체로 평범함, 단조로움, 지루함, 편안함, 나른함 등으로 묘사되는 듯하다. 삶의 주된 감정이 긍정이냐 부정이냐에 따라 일상에 대한 평가도 달라진다. 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사람이다. 지난날 나에게 일상은 평범함과 지루함에 주로 치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글을 쓰다 보니 일상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날, 별일 없이 흘러간 하루하루가 인생에 가장 감사한 날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내 삶이 안전하다는 뜻이고 순조롭다는 의미며, 내 주변의 모두가 무탈하다는 뜻일 테니까. 달리 본 일상은 더 이상 평범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하루하루가 최고의 날이었음을 깨닫고 나니 감사했다.


일상은 원래 그런 것이다. 단조롭게 흘러가고, 변박도 없고, 전조도 없는 마치 단선율로 반복되는 오르골 같지만 그래서 마음을 놓을 수 있다. 편안할 수 있고, 때론 원하는 만큼 게으름을 피워도 여전히 무탈하다. 가장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커피 한 잔을 물처럼 들이켜지 않아도 되고 음미할 수 있는 시간. 이 모든 시간이 허락된 삶이 곧 일상이다.


결국 일상을 지루하게 만들거나 특별하게 바라보는 것은 모두 나의 몫이다. 여러 차례 이야기하지만, 글쓰기만큼 일상을 달리 보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매일 반복하지만 매일 써 내려갈 수 있는 이유. 커피 한 잔과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일상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한 잔의 커피와 한 꼭지의 글로 나의 일상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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