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과 주말의 괴리감. 마치 두 가지 삶의 시간이 흘러가는 듯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요즘이다. 주중에는 콘텐츠 구상 및 제작과 읽고 쓰는 루틴을 지켜내는데 에너지의 80%를 사용한다면 주말에는 가족과의 시간이 80%를 차지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흐름을 이어가며 끌어올렸던 생산성은 주말 이틀 사이 툭 끊기는 기분이다. 마치 단전에 끌어 모았던 기가 금요일에 최고조가 되었다가 주말에 픽- 하고 사라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주중에는 나에게 집중하고 주말에는 가족에게 집중하는 것이 매우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상과 현실은 늘 거리를 두고 흘러간다. 그런 가운데 주중의 미련이 주말까지 이어져 이도저도 아닌 주말을 보내는 나 자신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다른 주말과 다르게 유난히 아이가 떼를 부리는 주말엔 더욱.
하루가 엇박자가 나려면 이렇게까지 엇박자가 날 수가 있나 싶은 그런 하루를 보냈다. 평소와 다르게 늦잠으로 예배 시간에 늦어버렸다. 늦게라도 교회를 갈까 싶어 집을 나섰지만 근처까지 갔다가 차를 돌렸다. 점심 먹으러 가는 건 좀 아닌 듯했다. 이렇게 된 거 어디 바람이라도 좀 쐐러 가볼까 했지만 오늘따라 아이가 카시트에 앉기 싫다고 떼를 쓴다. 집에서 차로 30~40분 거리를 가려했지만 카시트에 앉지 않으니 생각을 접었다.
그냥 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근처 몰에 갔다. 점심 먹고 아이랑 좀 놀다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점심시간에 도착한 탓에 웨이팅이 많았다.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기가 있는 곳에 갔다. 가면 안 됐는데.
대기가 길어서 적당히 놀다가 점심 먹고 다시 놀면 되겠다 생각했다. 뭐, 이 정도는 아이도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다. 아이의 평소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타협하는 듯 대답은 넙죽넙죽 잘하더니 정작 밥을 먹으러 가야 하는 타이밍에 아이는 뒤집어지고 밥을 먹지 않겠다고 난리를 피우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밥을 얼른 먹고 와서 놀자고 타일러 보지만 전혀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그냥 둘러메고 주차장으로 갔다. 게임 오버.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아이에게 소리치며 화를 냈다. '우레와 같은 함성 전방에 발사!'와 같은 느낌으로 결국 터져버렸다. 꺼이꺼이. 아이는 엄마 품에서 엉엉 울고. 아마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이 아이에겐 얼마나 숨어 버리고 싶은 순간이었을까. 뒤늦게 떠올려 보며 혼자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빠가 폭발했으니 엄마는 열심히 보듬어 주는 역할을 했다. 그나마 좀 진정이 됐나 싶었는데. 아직 다 끝난 게 아니었나 보다. 낮잠도 좀 자고, 저녁도 잘 먹고 나서 이번엔 씻기 싫다, 씻고 나선 자기 싫다... 하아. 이미 시간은 자정을 넘었다. 그나마 아내가 아이를 눕히긴 했다. "얼른 자라"라는 한 마디만 던지고 나는 그냥 방에 불을 꺼버리고 뒤돌아 나왔다.
마치 첫 단추를 잘 못 껴서 나머지도 제 자리에서 벗어난듯한 하루를 보냈다. 한 번의 폭발은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딱히 부딪히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흘러가는 상황 속에 평정심을 찾으려고 부단히 애를 써야만 했던 하루다.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고 딱히 한 것도 없지만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유난히 소모된 하루를 보내고 나니 글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가득 밀려왔다. 당장이라도 배설해 내지 않으면 응어리로 남을 것 같은 기분이다.
아이가 자랄수록 자기주장이 세지는 것에 비례하여 나 또한 아이를 잘 훈육할 수 있는 아빠로 성장하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 속도가 반의 반도 안 되는 듯하다. 머릿속으로야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하지만 본능적인 반응은 상상을 비웃는 듯 한 발 앞서 튀어나온다. 그래. 인정한다. 오늘은 그냥 내가 졌다. 나의 성질에, 나의 본능에게 완패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 성찰과 자기반성의 시간을 보내야 좀 더 어른 다운 아빠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동시에 커리어를 위한 시간과 가족을 위한 시간의 중심 잡기를 잘할 수 있을까. 깊어가는 밤, 괜스레 고민도 함께 짙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