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면 다른 것보다도 책 읽는 습관은 꼭 길러 주고 싶어."
아이가 생기기 전, 아내에게 했던 말이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후회되는 것 중 하나는 책과 그리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소개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이제는 필요에 의해서 꾸준히 책을 읽고 있지만 어릴 때부터 독서가 습관으로 자리 잡힌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생각의 깊이를 느낄 때마다 과거의 나를 향한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분명 마음은 그랬는데, 막상 살다 보니 아이에게 독서 습관보다는 TV를 보는 습관을 더 길러주고 있었다. 낮 동안 다 끝내지 못한 작업을 하기 위해, 집안일을 하기 위해, 그냥 좀 쉬고 싶어서 등 여러 이유로 TV를 틀어주었다.
다시 책을 꺼내 읽어주기 시작한 건 나의 마음이 조금은 정돈된 다음부터였다. 돌아보니 그동안 늘 무언가에 쫓기듯 했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하루를 밀도 있게 보냈음에도 성에 차지 않았던 날들이 많았다. 나의 불안함이 내 아이에게 내어줄 시간조차 갖지 못하게 만들었음을 깨닫고 나니 미안했다.
다시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니 재미난 일이 일어났다. TV를 보던 아이는 스스로 TV를 끄고 책을 읽어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와 아내는 그저 신기했다. 기특했고 또 한 번 미안했다. 어떤 날은 아침에도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허허, 나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고 거실 바닥에 앉으면 아이는 내 다리 위에 앉는다. 저만치에서 뒷걸음으로 다가와 엉덩이를 쑥 내미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미소가 절로 나온다. 글을 쓰는 지금도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어본다.
아이를 품에 안고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와 더 많은 스킨십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요즘은 아이들의 책이 대부분 사운드 북으로 제작되어 나온다. 덕분에 책 뒤편에 나와 있는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나 혼자 흥얼거리는 노래의 대부분이 아이의 사운드 북에 있는 노래가 되었다.
요즘 아이는 개사하는 재미가 들린 듯하다. 제멋대로 아무 가사나 붙여서 노래한다. 크리에이터의 싹이 보인다. 물론 내 멋대로의 생각이지만.
그나저나 아이를 안고 있으면 언제나 졸음이 쏟아진다. 전부터 의문이긴 했는데, 왜 아이랑 같이 있으면 그렇게 졸린 걸까.
거실에서 한 번, 침대에 누워서 또 한 번, 그렇게 아이와 책을 읽는 동안 밤은 깊어진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불을 끈다.
생각해 보면 고작 하루의 20~30분 정도일 뿐인데, 그동안 왜 그리 시간을 내지 못했을까 싶다. 이 짧은 시간에 아이와 더 깊이 교감할 수 있고 아이에게 독서의 재미를 나눠 줄 수 있는데 그걸 미루고 있었던 나 자신을 반성해 본다.
사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엄청난 선물도, 키즈카페에 가는 것도 아니라 아빠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다. 그동안 나는 나의 시간을 아이에게 내어 준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내 하루의 스케줄이 우선순위일 수밖에. 그러나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제한 나머지 시간이 나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하루의 짜임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더 효율적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니 결국 내 삶이 달라졌다. 이래서 다들 육아는 결국 부모가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하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