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쓰기 고민은 늘 반복된다

by 알레

2024년 첫날의 첫 글쓰기를 시작한다. 정확한 숫자를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작년에는 대략 200개 이상의 글을 브런치에 발행했다. 숫자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수치화된 결과는 셀프 피드백에 여러모로 도움을 준다.


지난 12월 한 달간은 매일 글쓰기를 쉬었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대신 인스타그램 릴스 제작에 매일의 시간을 쏟아부었다. 그랬더니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기가 왜 이리 힘이 드는 걸까. 사람은 어느 한쪽 모드를 강하게 활용하면 다른 쪽 모드는 자연스럽게 비활성화되는 존재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던 한 달이었다.


새해에 야심 차게 나 자신에게 던져본 챌린지 중 하나. '주말도 쉬지 않고 매일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얼마 동안이나 지속할 수 있을까?' 막상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려니 또다시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그래서, 뭘 써야 하나?'


아직도 이런 고민에 빠지는 것을 보면 갈 길이 한 참 멀었다는 생각뿐이다. 나름 글을 쓴다고 썼는데. 마치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던 기타를 다시 잡은 기분이다.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의 위치와 움직임 모두 어색하다. 아무렴 한 달 내내 쉰 것도 아닌데 이런 기분을 느낀다는 게 조금은 너무하다 싶기도 하다.


올해는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 나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한 권을 출판해 보는 것이다. 공저로는 세 권의 책을 내 봤지만, 그와는 비할 수 없는 고민과 노력, 그리고 에너지가 투입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살면서 늘 부럽다 느껴지는 부류의 사람이 있다. 자신만의 길을 찾아 우직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한 부류이면 다른 한 부류는 치열한 사투를 벌인 뒤 일정 기간의 정체기를 경험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전자의 경우는 후자의 상황을 지나 이르는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연말이면 매번 나 자신을 돌아보며 건네는 질문이 한 가지 있다. '올 한 해는 얼마나 치열했나?'라는 것.


주변에서 무엇이라 말하든, 나 스스로 삶에 대한 치열함은 어느 정도였을까에 대해 질문을 건네면서 여태껏 단 한 번도 만족스러운 점수를 매긴 적이 없다. 지나치게 기준을 높게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 걸음 물러서 생각을 다듬어 보지만,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유를 고민해 보면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목적.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것. 가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기에 나 자신을 갈아 넣을 만큼의 치열함을 느껴본 적이 없다. 나에 대해 조금은 냉정하게 셀프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건 과거에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부어 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를 기준으로 보면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앞으로 1월 한 달간 다이어리에 기록해 볼 주제를 '나'로 정했다. 처음 다이어리를 시작했을 때 그 첫 페이지에 '셀프 탐구일지 100개'를 기록했었다. 이번에도 새로 구입한 다이어리의 첫 페이지에는 셀프 탐구일지를 기록 중이다.


2024년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지는 헤매고 망설이고 주저하기를 반복하였지만, 작년 말을 기점으로 그런 감정들은 대부분 정리가 되었다. 지금부터는 더 뾰족해지기 위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바라는 것은 부디 이번 한 해 동안 과거에 내가 느꼈던 그 치열함을 다시 경험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글쓰기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