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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그리다

by 알레

글을 쓰다 보면 신기한 감정에 젖어들 때가 있다. 늘 엇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평면 같은 일상의 한 꼭지를 똑 떼어내 땅굴을 파듯 깊이 파고들며 글을 쓴다. 지극히 개인적인 삶의 일부이기에 공감할 만한 부분이 얼마나 될까 싶은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실 때 일면식도 없는 우리들의 시공간이 연결되는 기분을 느낀다. 어쩌면 그게 재밌어서 계속 글 세계에 로그인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걸까?'


최근에도 같은 질문을 했던 것 같고, 같은 질문이 담긴 글을 써 내려가기도 했던 것 같다. 근데 난 또 이 질문을 오늘의 한 페이지에 적어놓았다. 그만큼 아무리 답을 해도 여전히 또렷하지가 않다는 소리다. 그리고 앞으로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적어나갈 것이라는 일종의 예고편 같은 것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윤곽이 보이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내가 원하는 삶에 닿아있는 몇 가지 단어가 떠올랐다. 그 첫 번째가 편안함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공간의 편안함을 이야기할 때 연상되는 이미지가 몇 가지 있다. 푹신한 베개와 포근한 이불, 그리고 은은한 조명이 감싸는 호텔룸, 우드톤의 가구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통창으로 스미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누워 있을 수 있는 거실과 초록 식물들, 집을 나서면 눈앞에 펼쳐져있는 대자연의 장엄함, 가본 적은 없지만 일본의 교토와 같이 오랜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런 고즈넉한 동네의 풍경.


적어놓고 보니 통일감을 찾기가 좀 어렵긴 하지만 나에게 편안함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눈물 날 정도로 편안함.' '편안함'이라고 써야 할지 '평온함' 또는 '안온함'이라 적어야 할지 헷갈리긴 하지만 중요한 건 '눈물 날 정도로'다.


SNS를 통해 알게 된 어떤 누군가의 삶의 모습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분의 삶의 모습에서, 정기 구독한 레터에서 매번 같은 감정을 느낀다. 아마 그래서 더욱 '편안함'이 나에겐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돼버린 것 같다. 하루가 회복되는 편안함. 그것이 내가 머무는 공간이 담아내는 제일 큰 감정이길 바란다.


두 번째는 연결이다. 서두에 이야기했듯 누군과의 연결되는 것을 좋아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계가 깊어질 수 있겠지만 필요이상의 깊은 연결은 지양한다. 요즘 시대의 연결이 좋은 건 서로가 결이 맞는 지점까지만 문을 열면 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느슨하면서도 애정을 담을 수 사람들과의 연결은 내향인과 외향인의 기질을 반반 나누어 가지고 있는 나에게 삶의 동력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 만나는 사람들이 좋다. 적어도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들이라 믿기에. 적어도 나를 내어놓는 삶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세 번째는 기여다. 물이 오래 고이면 썩어버리듯 삶도 나에게만 머물러 있으면 고인 물처럼 곪아 썩어버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흘러가야 한다. 나에게서 나의 가족에게로. 나의 가족을 너머 커뮤니티로. 직장 생활이 싫었던 이유 중 한 가지는 언제나 기여는 선택지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해한다.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니, 그들은 그들 나름 직원들의 삶에 기여한다고 여길 수 있을 테니. 그러나 그게 늘 와닿지 않았던 게 문제였지만.


어쨌거나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이로울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내가 성장하고 싶고 영향력을 갖고 싶은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계속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주변에 이미 그러한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우선 자신의 삶의 기반을 다지고 난 뒤 그 기반을 토대로 다른 이들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나 역시 그들과 같은 걸음을 걸어갈 수 있길 언제나 바라고 있다.


문득 생각나 기록해 보는 나의 바라는 삶의 모습의 결론은 결국 이 모든 것이 바로 '나'로 귀결될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모습과 나 자신이 일맥상통할 수 있길 바라본다. 앞으로도 종종 원하는 삶에 대해 그려봐야겠다. 누적된 기록을 종합해 보면 결국 밑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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