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해볼게요."
폭풍우가 몰아칠걸 알고, 어느 순간 좌절하거나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 기어이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꿈 친구 덕분에. 나의 목덜미를 잡아끄는 '안주하려는 자아'의 손을 뿌리쳤다.
바로 얼마 전 받았던 그 제안. 그것에 발을 내디뎌 보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나름 깊게 고민했다. 3년의 시행착오 데이터를 돌려보며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시뮬레이션도 돌려봤다.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선택하지 않는 게 낫다'였다. 그럼에도 선택한 이유는 시뮬레이션의 근거 데이터에는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40대. 누구는 뭐라도 할 수 있다고 희망을 말하지만 솔직히 현실은 '뭐라도'까지는 아닌 듯 보인다. 쿠팡이 아니면 보통의 알바 자리는 언감생심이란다. 그렇다고 재취 없을 하자니 뽑아주는 곳도 없을뿐더러 뽑아주는 곳은 한 번쯤 깊게 생각을 해보아야 할 곳일 가능성이 높다. 근속률이 매우 낮거나, 아니면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진짜 낙담의 골짜기이거나.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40대가 맞닥뜨리는 현실 세계를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했지만, 그만큼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수익창출을 하기가 어려운 시기라는 걸 받아들여야만 한다. 즉, 다른 방법을 택해야만 하고, 오직 그 다른 방법에서 '뭐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이 성립된다는 게 현실이다.
"몰두를 하지 말고 몰입을 해야 돼요"라는 말을 건네들었다. 사전적 의미가 정확히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꿈 친구의 설명에 '몰두'는 어떤 문제에 대해 머리를 처박아 둔 모습이고 '몰입'은 고개를 들고 서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의미의 정확성을 떠나 의도를 분명하게 이해했다.
지금까지의 내 모습은 지나치게 고민하고 일어나지 않은 앞날의 문제를 굳이 끌어당겨 스스로 무거워지기를 반복한다는 뜻이다. 그게 아니라 답을 찾기 위한 궁리를 해보라는 것. 그러기 위해선 고개를 들고 주변을 함께 살펴야 하며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는 소리다.
돌아보니 그 말이 맞다. 습관적으로 고민하고, 습관적으로 가라앉기를 반복했던 시간. 주변에서 '작가님은 작가님 자신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어요. 생각하는 것보다 더 나은 사람인데'라고 아무리 얘기해 줘도 수용하지 못했던 이유. 나는 부담을 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편리에 따라 선택하는 것에 자신을 길들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해야 할 행동은 단 하나. '편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모두 역행해보기.' 쉬운 선택이 아닌 불편한 선택을 해보며 나를 일으켜 세워 보라는 것이다.
'과연 앞으로 어떤 시간이 이어질까?' '과연 나는 이 과정을 통해 단련될 수 있을까?'
모든 게 미지수지만 미지수라서 가능성도 열려있음을 상기시켜 본다.
지난 3년간 넘어보지 못했던 나를 앞으로의 1년간 꼭 넘어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바로 오늘, 선택을 내렸고, 지금부터는 '돌아보지 않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내가 할 일임을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