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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Feb 16. 2024

연결을 위한 끊어냄

'뮤지엄 산'에 가본 적은 없지만 그곳의 슬로건이 Disconnect to Connect, '소통을 위한 단절'이라고 한다. 그곳에 방문하는 이들은 진입로에 들어서면서부터 저마다 자신의 무언가로부터 단절되는 것으로 관람이 시작된다. 오롯이 작품과의 연결을 위한 일종의 장치인 셈이다. 


요즘 나는 단절의 필요성을 자주 느낀다. 조금은 지나치게 나의 신경이 세상과 연결된 상태로 살아가는 기분이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준비시키고 어린이집에 보낸 다음부터 잠들기 전까지의 시간은 두 가지 세계에 걸쳐 살아간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하나는 현실과 이상이 뒤섞인 세상이고 다른 하나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온라인 세계가 매력적인 이유는 현실과 이상이 뒤섞여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충족되지 않는 욕구가 충족되기에 온라인 세상에 수시로 들락날락거리게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낀다. 스마트폰을 손이 쥐면 자동으로 메신저를 확인한 뒤 인스타그램을 켠다. 잠시 머물고 난 뒤엔 다시 브런치에 접속한다. 어디든 댓글이 있으면 확인하고 답을 달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점점 체류시간이 늘어난다. 분명 책을 읽으려고 마음먹었는데. 분명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는데.


그래, 뭐 그냥 훑어보고 나오는 거면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아무래도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니 온라인 세상이 나에겐 영감을 주는 공간이기도 하니까. 문제는 머물다 보면 자꾸 마음이 가라앉는 결론에 이른다는 것이다. 


세계여행을 하며 자기 사업을 운영하는 노매드의 모습을 보면 그들의 삶이 부럽고, 도심 곳곳의 멋진 공간을 찾아다니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부지런함과 자유로움이 부럽다. 구구절절 다 이야기할 것 없이 그냥 이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들 덕분에 한편으론 현실에서 잠시 떠날 수 있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현실이 더 비참하게 여겨지는 곳. 나에겐 그곳이 온라인 세상이다.


'연결'이 내 삶의 중요한 키워드지만 '끊어냄'도 못지않게 중요함을 깨닫는다. 나다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누구보다 느끼지만 자꾸 휩쓸려 가다 보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졌다. 결국 건강한 연결을 위해선 냉철한 끊어냄이 필요함을 되새긴다. 연결이 자칫 도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되뇌어본다.


도피성 연결의 가장 큰 원인은 그 이면에 숨겨진 불안이다. 불안에 집중하면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니 어떤 답을 찾아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 답을 찾기 위한 연결이 아닌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을 하고 있다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지금 무엇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지, 불안하게 하는지. 


불안감을 키우는 건 결국 내가 그곳에 머물러 있겠다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물러서서, 단절된 상태로 감정을 살피면 해결 방법까지 찾아낼 수 있다. 사실 내 경우에는 행동하지 않을 때 주로 왜곡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움직여야 할 때임을 직감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행동에 옮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불안감은 사라진다.


어쩌면 현대 사회는 불특정 다수와 지나칠 정도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살아가기에 더 불안한 건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끊어낼 수 없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서라도 적정시간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선 의도된 단절은 필연적이다. 글 쓰는 시간이 나에겐 가장 의도된 단절의 시간이 되는 것처럼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거대한 흐름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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