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글 제목은 카피라이터 유병욱 님의 책 제목에서 따와 보았다. 평소의 발견이라니. 당연히 고심하여 붙여진 책 제목이겠지만 그럼에도 너무 와닿았다. 가끔 카피라이터님이 쓴 책을 읽어보는데 다른 무엇보다 닮고 싶은 점이 있다면 안목이다. 모두가 보고 지나치는 일상의 장면을 카피로 연결 짓는 안목.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평소를 보물을 찾아내기 위한 머무름의 시간이지 않을까.
요즘 세상엔 참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하나 건너 하나, 모두가 다 능력자처럼 여겨진다. 아니 그냥 나를 뺀 모두가 특별하게 보이는 착시 현상도 일어난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유는 매일 반복되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지루하게 여겨지기 때문임과 동시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되면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이벤트가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실상은 겪어보지 않아 모르지만.
'일상'이라는 단어는 줄곧 '반복', '지루함' 또는 '단조로움'와 자주 연결되는 기분이다. 그래서일까. '일상'은 단어 자체도 재밌거나 반짝거리는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평소'도 마찬가지다. 평소의 사전적 의미도 '특별한 일이 없는 보통 때'라고 쓰여있다. 어쩜 이렇게 단어도 늘어지는 기분일까.
가끔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요즘 뭐 하고 지내?" 또는 "요즘은 무슨 생각하면서 살아?"라고 물어볼 때가 있다. 대체로 답은 비슷하다. "뭐 하긴 그냥 똑같지." "무슨 생각? 글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네. 그냥 먹고사는 생각?" 막상 글로 써보니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밀려오는 듯 하지만 어쩌면 이게 가장 보통의 삶인 것 같기도 하다.
인생의 보석들은 평소의 시간들 틈에 숨어 있다.
책 <평소의 발견> 중
매너리즘에 빠져 살아가는 듯 한 삶이 가장 보통의 삶처럼 여겨졌을 때도 있지만 생각을 달리해보면 지루한 듯 흘러가는 일상이 있어서 어느 한순간이 빛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책 표지에 적혀있는 한 문장처럼 사실 인생의 보석 같은 순간들과 의미는 평소의 틈에 숨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간혹 지나온 삶을 두고 평소에 하지 않음을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마감에 임박해서야 밤낮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나, 시험을 코앞에 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할 때.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거나, 삶이 바쁘다는 이유로 잘 찾아뵙지 못한 가족을 떠나보내는 경우. 대부분의 후회는 평소로 이어진다. 그렇게 흘려보냈던 그 시간이 가장 후회하는 순간이 돼버리는 삶의 아이러니를 겪어 본 사람이라면 책에 적힌 저 한 문장의 의미를 누구보다 절감하게 된다.
요즘 나의 생각들은 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에 꽂혀있다. 대체로 불안이라는 감정과 연결되어 있기에 적잖이 주변의 염려와 동시에 격려를 받고 있다. 인생의 해답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잘못된 접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인생에 답이 있긴 있는 걸까?' '그냥 오늘 내린 선택이 답이지 않을까?'
오늘 문득 든 생각은, 평소의 시간들 틈을 살피다 보면 적어도 힌트는 얻을 수 있겠다는 것이다. 솔직히 몇 가지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감이 깔려있는 건 다분히 나의 욕구와 욕망의 괴리감 때문이다. 나는 지금 내가 가장 나다운 모습을 살아갈 때 누릴 수 있는 삶과 본 궤도에서 멀찍이 벗어나있던 바람의 싱크를 맞추기 위해 삶을 조율하는 중이다.
나의 평소에는 어떤 보석들이 숨겨져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