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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Feb 20. 2024

인생은 편의점 냉동고 속의 아이스크림과 같다

인생은 편의점 냉동고 속의 아이스크림과 같다. 무엇을 선택하든 누구도 그 선택을 나무라지 않는다. 값만 잘 치르고 나간다면.


요즘 읽고 있는 책, <질문 있는 사람>에 이런 질문이 나온다. 젊을 땐 더 저축을 해야 하나 아니면 더 투자를 해야 하나. 저자는 경험에 아낌없이 투자를 했고 그 덕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나 역시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저축보다는 경험에 무게를 싣는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경험 자산이기 때문에. 


저축이냐 투자냐. 마치 양자택일의 질문 같아 보이지만 본질은 무엇을 선택하든 자기만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경험에 투자한다면서 정작 무가치한 소비를 일삼는다면,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가고 있다면 어떨까? 반대로 저축을 선택한 사람이 늘 쓸 돈이 없다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기만 한다면 과연 이게 맞는 걸까?


선택의 이유가 자기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닌 타인에 의해, 대세에 따른 선택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설령 그 순간 나의 선택이 아쉬움이 남는다 할지라도 사람은 무릇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는 법이니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미련한 결과는 자기가 먹고 싶다고 꺼내든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정작 옆 사람이 먹는 아이스크림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한 입도 베어 물지 않은 채.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내 안에 무수히 생겨났던 감정의 기복이 내 손에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은 맛볼 생각도 않고 다른 사람이 먹고 있는 것이 더 맛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빠져있었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저축을 택하는 경우'라는 문구를 보았을 때 자연스레 '당장 소비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인고'의 감정이 떠올랐다. 그러나 저자는 '나에게 허용한 소비 한도 안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해 보라고 말한다. 


성경에서도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왜 그리 나에게 '있는 것' 보다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더 많은 관심을 쏟아부으며 살았던가 하는 생각이 밀려왔다. 마치 편의점 냉동고 속의 아이스크림처럼 나에게도 다양한 종류의 재능과 선택할 수 있는 삶의 길이 있는데 참 많은 순간 그걸 그냥 녹아내리도록 내버려두었다는 게 가장 큰 후회로 남는다. 


어떤 맛을 선택했건 값을 치르고 맛을 봐야 호불호를 알 수 있는 법이다. 삶도 그렇다. 모든 걸 다 겪어 볼 수 없지만 겪어 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 봐야 비로소 나의 호불호에 기준이 생긴다. 그리고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 맷집을 가질 수 있다.


누구나 자기 고유의 삶이 있다고 믿는다. 온전한 나의 삶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다만 그게 아직 딱 떠오를 만큼 또렷하지 않을 뿐. 지금 나의 손에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녹아내리고 있진 않는지 살펴보자. 삶은 유한하다. 언젠가 더 이상 아이스크림이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남의 것을 부러워하지 말고 내 것을 음미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나의 것을 하찮은 것으로 여기지 말자. 어쩌면 내 옆에 또 다른 누군가는 지금 내 손에 들린 민트초코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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