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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Feb 22. 2024

삶이라는 양면성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2월. 그렇게 하루빨리 날이 따뜻해지길 갈망하면서도 눈 덮인 가로수가 자아낸 설경에는 또 마음이 설렌다.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그리고 또 마치 내가 사는 이곳이 서울의 어디가 아니라 북유럽의 어디쯤 되는 듯 착각하게 만드는 것처럼.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창밖을 보며 눈 덮인 나무가 춥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하얀 옷을 입고 있어서.


차를 타고 지나가며 가만히 올려다본 풍경은 아이의 표현처럼 아름답고 포근했는데, 이내 시선을 돌려 바닥을 내려다보니 어느새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거리의 모습에서 '역시 눈은 예쁜 쓰레기인가'하는 현실감이 깨어나기도 한다. 그 짧은 아침나절에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삶은 언제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경하는 삶이 있으면서 그곳에 닿기 위한 과정은 겪고 싶지 않다던가. 원하는 것이 잔뜩 있었으면서 그것을 쉽게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내가 뭘 원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던가. 어쩌면 삶을 대하는 현명한 방법은 적당히 어렵지만 풀지 못할 수준은 아닌 과제를 매번 던져주는 것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오늘도 일에 대한 고민 한 움큼을 들고 친한 지인을 만나 담소를 나눴다. 너무나 성향이 비슷한 둘의 대화는 마치 거울을 보며 나누는 이야기 같이 여겨질 만큼 공감요소가 한가득이다. 그래서 편안하고 좋지만 또 그래서 대화 중간중간에 서로 먼 산을 바라보기도 한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오는 결론은,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래서 뭘 해야 할까요?'였다.


뾰족한 답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러나 남들이 알려주는 뾰족해지기 위한 방법을 택하지 않는 삶. 이게 내가 가지고 있는 삶의 양면성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쩌면 세상에서 성공하는 방식은 이미 다 나와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서점에만 가도 부자가 되는 방법이나, 성공학에 대한 양질의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각 잡고 거기 있는 책을 100권만 씹어 먹어도 부자까진 못돼도 직장인 이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그걸 따라가고 싶지 않은 사람. 그게 나다. 그리고 또 그러면서도 그런 삶을 동경하는 사람. 그게 또 나다. 이런 나 자신을 마주할 때면 그저 실소만 난다.


닮은 구석이 많은 두 사람이지만 재밌는 건 '나'는 잘 몰라도 '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한 가지씩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돌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삶은 결국 그 양면성의 간극을 어디까지 좁힐 수 있느냐의 싸움인 것 같다. 원래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지 않은 일'을 내포하고 있기 마련이다. 어디에 얼마만큼의 마음을 쏟을지를 정하는 건 철저히 나의 몫이고 내 선택이다.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일을 유지하기 위해 좋아하지 않은 일을 해내는 경우가 더 보람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언제나 갈팡질팡의 행보를 거듭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느냐에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더 궁극적으로는 내 기준이 필요하다. 내 기준이 없다면 휩쓸릴 수밖에 없다.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기 위한 방황의 시간을 허용해 보자. 방황의 시간은 나를 켜켜이 둘러싼 주입된 가치관을 벗겨내줄 테니.


결국 눈은 녹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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