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파일럿으로 운영되던 브런치 연재 응원하기 기능이 이제 브런치 작가라면 누구나 가능하며, 연재를 위한 브런치 북뿐만 아니라 완료된 브런치 북으로도 가능하고, 또 매거진 글이나 매거진에 포함되지 않은 모든 글에도 가능하다는 공지를 보고 어찌나 환영하는 마음이 들던지. 그간 일찌감치 연재 기능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매번 연재 브런치 북 만들기 버튼을 눌렀다가 돌아서기를 반복한 나에게는 정말이지 너무나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분명 어딘가엔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기능이 생기거나, 새로운 서비스가 오픈되었을 때 앞다투어 그것의 사용 후기를 선점하는 사람들의 속도가 늘 버겁기만 하다. 좋은 건 알겠는데 나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에 납득할 이유가 없으면 마음이 가질 않는다. 그래서 여태 스마트 와치도 사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나에게 스마트 와치는 무용하기 때문에.
납득할 이유라는 말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 사실 내가 그렇게 철저하게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으로 이유를 따지는 사람은 아니니. 그래서 설명을 조금 보태 보자면, 납득할 이유에는 말 그대로 '필요'라는 것뿐만 아니라 '욕망'도 해당된다. 솔직히 나에게 해당되는 주된 이유는 욕망에 가깝다. 따지고 보면 맥북도 아이폰도 욕망이 개입되지 않음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는 옵션이었으니.
어쨌든, 브런치 응원하기 서비스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한편으론 부러웠다.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을 왜 안 해봤겠나. 단지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나에겐 이 또한 '기획'으로 다가왔고 또다시 '기획'이란 단어가 벽이 되어 '하기 싫다'로 마음을 뒤바꿨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은 99% 즉흥성이 크다. '내일은 이런 글을 써야지'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브런치 작가가 된 초반에 브런치 북을 만들어 낸 것 이후로는 거의 없다. 누군가는 이런 즉흥성을 신기하게 본다. 즉흥적으로 쓴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매일 써 내려가냐고. 그걸 신기하게 여긴다. 나는 반대다. 어떻게 짜임 있는 목차 구성을 하고 그에 따라 연재를 하냐고. 아, 써놓고 보니 내가 책을 쓰지 못하는 이유를 알겠다. 그리고 왜 내가 책 출간을 두고 '인생 도전 과제'라고 표현하는지도.
오래전부터 싫어했던 표현이 하나 있다. '그래서 계획이 뭐야?' '계획을 가져와봐.' 지당한 요구였으나 늘 부당하게 받아들였던 요구였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살아가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에게, '그냥'말고는 달리 답할 이유가 없는 사람에게 '계획'을 요구하는 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강한 부정과도 같았다. 돌아보니 이런 내가 논문을 썼다는 게 그저 신기하다.
근데 또 이런 유의 사람이라고 완전 무계획은 또 아니다. 그저 자기만의 계획이 있고 이유가 있을 뿐. 그걸 설득될 만한 말들로 풀어내지 못할 뿐. 자기 인생에 무책임한 건 아니라고 강력하게 말하고 싶다. 솔직히 나와 같은 부류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방목하면서 슬쩍 들여다 봐주는 정도면 더 잘 해낼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발표된 브런치 스토리팀의 응원하기 확대 방침을 매우 환영한다. 마치 계획 없음을 계획으로 세우고 글을 써 내려가는 나 같은 창작자들의 마음을 헤아린듯한 새로운 방침. 덕분에 이제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연재 아닌 연재를 시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무계획성 연재. 산발적 연재.
그동안 나는 늘 나라는 사람이 평균에 수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퇴사 후에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가 착각하고 있는 거라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체 왜?'라고 반문했지만 그들은 늘 너는 왜 그리 널 모르냐는 식이었다. 근데 글을 쓰면 쓸수록 아주 조금씩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 평균이 주는 안도감을 입고 싶었던 걸까 싶기도 하다.
역시 이래서 글쓰기가 필요하다. 나를 비춰 볼 수 있는 글쓰기가 중요하다. 글은 가장 정식한 내면의 거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창작자를 지원하는 시스템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작가님들의 삶을 내어놓는 글쓰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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