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신이 좋아요

- 좋은 말은 더 자주 나누어 주세요

by 알레


아이를 키우다 보니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매일같이 아이에게 마음의 고백을 하게 된다. 아이도 좋은지 팔불출인 아빠를 보고 방긋 웃어준다. 치명적인 그 미소를 보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물론 언젠가 이 아이도 세상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빠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선물해 주는 천사이다.


진심이 담긴 말들은 언제나 마음속에 울림을 준다. 좋은 말이든 어려워 주저했던 말이든 어떤 말이든 정말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말에는 어떤 힘이 가득 실려 전달이 되는 것 같다. 대화를 주고받는 주체들로 하여금 웃게도 만들고 울게도 만들고 언짢게도 만들 수 있는 것이 말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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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서양 영화를 보다 보면 서양 사람들은 참 표현을 잘한다고 느끼게 된다. 좋고 싫음에 대해 참 잘 표현하는 것 같다. 내가 왜 좋은지, 왜 싫은지 이유도 참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잘 표현한다. 그래서 어쩔 때는 저 상황에 왜 기분이 나쁜 거지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개인의 입장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리액션하는 것을 보게 된다.


어느 날 문득 머릿속에 이런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었다. '나는 왜 이리 표현에 서툴지?' '우리는 왜 서로 좋아한다는 말조차 망설이지?' '이성 간에 그냥 좋아한다고 표현하면 안 되는 건가?' 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 건지, 요즘 세대는 다른지는 모르겠다만 적어도 내가 살아오면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사심을 품지 않은 한 이성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편하게 하는 사람은 잘 못 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어 졌다. 이성 간의 사심을 품지 않고 그냥 상대방이 정말 마음에 든다는 의미로 좋아한다는 표현만큼 멋진 표현이 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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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한 친구가 있다. 나이는 띠동갑이 넘는 나보다 어린 여성이다. 오가며 보게 된 이 친구의 근무 태도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어쩌다 보니 최근 몇 년간 회사를 거쳐간 20대 초중반의 친구들에게선 다소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 친구만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람을 볼 때 성실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마 그래서였을까, 이 친구는 보기 드물게 성실한 친구였고 일머리도 제법 좋아 관심이 생겼다.


오며 가며 인사만 하는 정도였는데 점점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어떤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친구일까,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일까. 그래서 시간이 좀 지나 나름 가까워졌다고 느껴졌을 때 그 친구에게 "난 네가 좋다"라고 고백(?)을 하게 되었다. 순간 당황한 표정이 감지되어, "내 말은, 네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그냥 더 친해지고 싶어 졌어"라고 아주 담백하게 설명을 덧붙였더니 이내 당황했던 기색이 사라지고 "좋아요!"라고 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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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짧게 서술했지만 혼자서는 나름 많은 고민을 했다. 역시 성인이 되고 나니 좋아한다는 말이 어린 시절에 친구에게, 선생님에게 했던 것처럼 편한 말은 아닌가 보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친구가 처음엔 "이 사람 뭐지" 싶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살면서 참 이런 경우가 얼마나 또 있을까 생각해 보면 내가 좀 너무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 덕분에 난 회사에서 좋은 친구 한 명을 얻게 되었다.


언제쯤이면 이런 표현들을 서슴없이 할 수 있을까? 적어도 내 아이는 표현이 풍성한 사람으로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역시 그러려면 아빠인 나부터 어색한 생각들을 떨쳐버리고 더 많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어른이 될수록, 사회생활을 할수록 점점 더 피상적인 관계가 늘어가는 것 같다. 친구를 만든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고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필요 외의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적어도 상대방에게서 어떤 좋은 점을 보게 된다면, 어떤 배울 점을 보게 된다면 그 부분을 이야기해 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상대방이 답이 어떻든지에 상관없이 진정성을 담은 표현을 할 때 오히려 내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그 표현을 하는 대상은 다른 사람이지만 표현을 하는 주체는 나 자신이기에 내 안에 좋은 에너지들이 마구 솟아나는 것을 느낀다. 만약 이런 느낌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면 부디 망설이지 말길 바란다. 좋은 말은 더 많이, 더 자주 나눌 때 기쁨이 풍성해진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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