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잘 쓰이지 않을 때 글 쓰는 방법

by 알레

읽지 않으니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퇴사마저 하고 났더니 더 이상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것도 없어 그런가 백지만 바라보고 흘려보낸 시간이 벌써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뭐라도 써 내려가 본다.


매일같이 새로운 글이 피드에 올라온다. 하나 둘 다 읽어내기도 전에 쏟아져 나오는 피드를 보니 세상에는 정말 이야깃거리가 많은 것 같다. 누구나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그걸 풀어내는 인고의 과정을 견디는 것을 보면 글쓰기는 그만큼 흥미로운 작업이긴 한가보다.


솔직히 글을 쓰는 과정이 항상 흥미롭지만은 않다. 보따리가 풀리듯 술술 흘러나올 때도 있지만 텅 빈 곳간처럼 구석구석을 살펴도 쌀 한 톨 나오지 않을 때도 있으니 말이다. 나처럼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럴 때 참 막막하다. 계속 쓰고 싶지만 쓰이지 않는, 아니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일상의 수많은 경험들이 이야깃거리가 된다고는 하지만 제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다 한들 모든 것들을 다 써 내려가긴 역부족이다. 그럴 때면 결국 읽어야 한다. 인풋이라는 원료 공급을 중단하고 나면 아웃풋마저 중단됨은 당연한 이치다.


생각보다 읽는 시간을 꾸준히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반대로 직장인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여유 시간이 많아 보이는 경우라 해도 마찬가지일 때가 있다. 즉 시간이 결정적인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잘 생각해보면 우선순위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동시에 읽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꾸준히 읽어오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읽기 근육을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읽기도 쓰기도 근육량이 얼마나 생겼느냐에 따라 수월함이 달라진다. 그래서 뭐가 되었든지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풋을 채워 나가는 방법 중에 영상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도 때로는 유용하다. 바쁘게 살다 보니 활자만을 읽어 내려가기 어려울 때는 보고 들음으로써 정보를 취득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잘 정리된 콘텐츠 하나를 소비하다 보면 여러 가지 키워드를 빠르게 뽑아낼 수 있다.


키워드를 찾아냈다면 잘 기록해두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키워드에 한 두 문장의 살도 붙여서 기록해 두면 나중에 편리하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장되어 갈 때가 많다. 책이든 영상이든 글귀든, 어떤 콘텐츠가 되었든 키워드를 발견한 그 순간이 꼬리 물기 작업을 하기 가장 좋을 때이다. 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재빠르게 박제시켜 두는 것이 또 하나의 노하우이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 가장 빈번하게 열었다 닫았다 하는 앱이 메모장이 돼버렸다. '글 소재'라는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어 두고 팝업처럼 떠오르는 생각을 계속 기록해 두는 습관이 생겼다. 그다음 많이 사용하는 것은 사진 앱이다. 어떤 장면은 글로만 묘사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사진을 통해 공간감을 더해주는 기록은 그 시간을 더욱 생동감 있게 재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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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쓰는 이 글도 툭 던지듯 시작한 첫 문장에서부터 꼬리잡기로 여기까지 내려왔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참 특이하게도 샤워하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는 것이다. 잡아두고 싶지만 그 순간 잡아둘 수 없어 휘발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오늘도 그중에 한 두 개 꾸역꾸역 기억해내며 글을 쓴다.


결국 글쓰기는 1) 무엇인가를 얼마나 채워 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읽는 것도 보든 것도 듣는 것도 좋다. 어떤 방법이 되었든 우선은 채워 넣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다음에는 2) 기록하기이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이야기에는 꼭 나오는 것이 있다. 길을 걷다 순간 악상이 떠올라 길바닥에 악보를 그리는 장면이다. 그만큼 순간의 기억은 순식간에 사라지기 마련이다.


채워 넣고 기록하였다면 남은 것은 3)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몸을 만들기 위해 아무리 트레이닝 영상을 보고 메모를 한다 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초고이든 완성 글이든 일단 써 버릇해야 계속 쓰게 된다.


인풋, 기록, 아웃풋 이 세 가지 과정 모두 각각의 근육이 있다. 어느 한 가지도 덜 중요한 것이 없다. 그래서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가지의 밸런스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결국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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