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은데 글이 잘쓰이지않는다

-마음을 글에 담아 덜어내기

by 알레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름 초반에 조회수의 단짠을 살포시 경험한 후 양적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래 봐야 아직 몇 개 발행하지 못한 것 같아 양적 글쓰기라 하기에도 민망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글을 쓰려고 브런치 창을 열었다. '껌뻑, 껌뻑, 껌뻑...' 하얀 바탕에 그저 하염없이 껌뻑이는 커서만 쉬지 않고 자기 일을 하고 있다. 자꾸 보고 있자니 마음만 답답해져서 창을 내린다.


'그래도! 매일 쓰기로 했는데! 뭐라도 써야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창을 올린다. 또다시 '껌뻑, 껌뻑, 껌뻑...' 이건 뭐 엠씨 스퀘어도 아니고 점점 멍-해진다. 뭐, 나쁘지 않다. 가금 멍을 때리는 것도 뇌가 쉴 수 있게 해 준다고들 하니 잠시 그러고 있기로 했다. 점심시간이다. 다시 창을 내리고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돌아와 다시 창을 올린다. 이번엔 찬찬히 주제를 떠올려 본다. 오늘은 정말 마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써보기로 했다. 그냥 글이 안 써지는 지금의 나에 대해.




생각이 많은 하루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날씨도 우중충하다. 원래 날씨의 영향을 받다 보니 이런 날은 그냥 기분이 처지는 게 디폴트 값이다. 사무실에 출근해서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한바탕 수다를 떨어본다. 그 시간만큼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나의 성장 동기들. 서로의 성장을 아낌없이 응원해 주는 좋은 친구들. 덕분에 한 결 나아진 듯했지만 여전히 궁극적인 감정은 그대로다. 빌어먹을 날씨.


내일이면 회사 베프가 퇴사를 한다. 1년밖에 안됐지만 그새 정이 많이 들었다. 소소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누면서 나이의 갭이 무색해질 만큼 친해졌다. 참고로 그 친구랑은 13살 차이가 난다.


가끔 혼자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인간중독. 유난히 어떤 사람에게는 빠져들 때가 있다. 부디 부적절한 생각은 하지 마시길. 그냥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의 인품에, 그 사람이 가진 매력에, 순전히 그 사람의 인간다움에, 회사에서 더 오래 본 다른 사람들보다 더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근본적으로는 나도 참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싶다. 어떤 때 내 모습을 보면 굉장히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캐릭터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생각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실 지금의 아내 하고도 7년의 연애 기간 동안 안 만난 시간을 손에 꼽을 정도니 말이다.


사람이 좋아 사람에게 정을 많이 주다 보니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것이 참 싫다. 차라리 내가 떠나는 것은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첫 회사에서의 퇴사 경험을 돌이켜보면, 그새 정든 사람들을 떠날 때 살짝 울컥 하긴 했었다. 이럴 땐 정말 냉정하게 감정을 잘 구분하고 컨트롤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okeykat-hS6VQy0ckvY-unsplash.jpg 얼핏 보면 사람의 얼굴 같다. 생각이 많아, 날씨가 우중충해 가라앉은 내 모습 같다.




마음을 글에 담아 기록해나가면 좋은 것이 필요 이상으로 마음이 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즐겁고 행복한 마음이야 키우면 좋겠지만 우중충하고 축축 쳐지는 마음은 굳이 키워서 좋은 게 무엇이 있겠나. 과거에는 그 감정에 휘둘릴 때가 종종 있었다. 자꾸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며 부정적 마음이 확장된다. 그러나 글쓰기를 시작한 후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글쓰기는 그래서도 유용하다.


오늘도 내 마음을 박제시켜버리려고 꾸역꾸역 글을 쓰고 있다. 퇴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머릿속에서 흘러나와 입으로 읊조리며 쓰는 날것 그대로의 글을 발행할 것이다. 물론 너무 글만 있으면 심심하니 사진은 하나, 둘 정도는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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