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버튼을 누르는 찌릿 한 기분을 좋아합니다.
퇴사하면 나의 하루는 미라클 모닝으로 시작하여 오전에는 신선한 뇌를 가지고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들을 하고 오후에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다음날 오전을 위한 레퍼런스 및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시간을 보내게 될 줄 알았다.
퇴사하면 나는 소위 말하는 집업실에서 나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책을 읽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섭취하며 아웃풋을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육아, 크리에이터, 자기 계발'이라는 삼각축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줄 알았다. 참으로 치기 어린, 현실감이 너무나도 떨어진 나의 착각이었음을 여실히 깨달았다.
브런치 앱에 알림 설정을 해놓았더니 구독 중인 작가님들의 글이 발행될 때마다 알림이 뜬다. 이 중에는 정말 꾸준히 글을 발행하시는 분들이 있다. 처음에는 그리 감흥이 있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내가 글을 쓰는 시간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알림 메시지는 나를 후려 갈기는 채찍 같이 아프게 다가왔다.
'알레! 너 글 안 써?'
'알레!! 책 쓸 거라며? 이래서 되겠어?'
'알레!!! 너 글감 수집은 하고 있어?'
'알레!! 알레!! 알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이 마음이라도 글로 남겨본다. 이렇게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브런치 접속 자체가 드문드문해질 지경이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나를 다그친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정말 글을 열심히 썼다. 주로 회사에서 느낀 퇴사 욕구들에 대해 글을 발행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대체로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높은 반응을 보이는 글을 발행하고 나면 기분이 정말 좋다. '내가 글 좀 쓰는구나' 도취되어 '글 쓰는 거 별거 아니네'라는 자뻑에 빠지게 된다.
반성한다. 이제야 지난날의 나를 회개하는 마음으로 꺼내어 놓아 본다. 요 근래 쓴 글들의 반응은 사실상 거의 없다. 가끔은 착잡하기도 하다. 메인에 걸려본 게 언젠가 싶다. MBTI 성향이 ENFP라 그런가 싶기도 하다. 관종 성향을 가지고 있다 보니 누군가의 인정, 반응은 언제나 매우 큰 동기부여이고 자극제가 된다.
글쓰기를 시작한 게 사실 반응을 목적으로 한 건 아니었는데 점점 반응 유도를 위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나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아닌데' 하며 잠시 끓어오른 마음을 식혀 줄 필요가 있겠다 싶어 글 쓰기를 멈추었다.
물론 이전 보다야 덜 쓰기는 했지만 아예 안 쓴 것은 아니다. 올해 목표 중에 책 출간하기가 있는 만큼 틈틈이 생각을 가다듬어 글을 발행하고 있기는 하다. 다만 육아라는 현실이 하루의 시간에 9할은 차지하다 보니 에너지를 집중하기가 여간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쩌겠나.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 아닌 것을.
글을 쓰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 있다. 마지막 발행 버튼을 누를 때가 그렇다. 창작의 고통까지는 아니지만 브런치의 백지 같은 페이지를 바라보며 쉼 없이 자판을 두드리고 난 뒤 누르는 발행 버튼은 그 바로 직전의 순간까지 응집되었던 에너지가 한순간에 풀어지면서 몸이 이완되는 그런 느낌을 준다. 마치 어릴 적 장난으로 종종 했던 손바닥 전기 놀이 같은 느낌이다.
손목을 꽉 잡고 혈액 순환을 더디게 만든 후 나이만큼 주먹을 쥐었다 펴게 한다. 그러고 나서 마치 전기를 쏘아주듯 내 손가락으로 상대방의 피가 통하지 않아 창백해진 손바닥 한가운데를 가리키며 손목을 풀어주면 그 순간에 찌릿함을 느끼게 된다. 나에게 발행 버튼을 누르는 것은 이런 기분이다. 찌릿-함.
갑자기 브런치에 접속했다. 그리고 생각나는 데로 주저리주저리 입을 옹알거리며 글을 써 내려왔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술술 이야기가 전개되는 날이 있다. 얼마 걸리지 않아 한 편의 글을 완성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잠들기 전 마치 오늘 하루의 피로를 풀 듯 생각나는 데로 글을 쓰고 발행해본다.
참으로 찌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