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밥먹듯이 하는 이 질문에 유사하지만 매번 조금씩 다른 답을 달고 있는 걸 보면 나에게 글쓰기는 좋아하는 것 이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뭐라고 글쓰기에 대해 고찰하는가 싶다가도, '작가'라는 호칭에 편해진 것도 한몫하게 된 것 같다는 기분이다. 누군가 나를 '작가'라고 불러주니 점점 '작가'라는 색으로 물들어 간다.
벌써 글쓰기 모임을 운영한 지 1년 6개월이 넘었다. 긴 시간 모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모임은 우선 나를 위해 만든 모임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1년을 목표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땐 나의 진정성을 알고 싶었다. 2년째가 되니 글 쓰는 내가 좋아졌다. 글 쓰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삶이 신기했고 재밌었다. 그리고 3년째가 되니 이제는 삶이 되었다. 이제는 글을 쓰지 않는 건 숨을 쉬지 않는 것과 같다.
글쓰기의 효용이야 수차례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금도 한 사람에게라도 더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떠들어댄다. 나에겐 완벽주의를 내려놓게 만든 게 글쓰기 었고 매일을 완성의 삶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동력이다.
완성의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알기 위해선 나를 읽어야 하고 들어야 하며 느껴야만 한다. 명상도 좋고 종교활동도 좋고 상담이나 코칭도 좋지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건 단연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돌아볼 삶'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 안에는 '서사'가 존재한다. 2시간짜리 영화나 16부작 드라마로 다 담아내기엔 시시콜콜하지만 내 무의식에 각인된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가기에 표현하지 않으면 곪거나 잃어버리게 된다. 나는 그것을 말과 글에 담아 표현하는 것을 선택했다.
삶은 퍼즐처럼 한 번에 완성된 그림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연히 붙어있는 조각들의 연속을 발견하면 실마리가 풀리는 듯 시원한 마음을 느끼지만 인생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하던가. 대체 어딘지도 모를 조각조각을 던져줄 때마다 캄캄한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국 답을 찾아가는 게 인생이다. 끊임없이 탐구하며 해답을 발견하는 게 삶이 건넨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조각모음이고 문제풀이 시간과 같다.
퍼즐의 묘한 매력은 조각을 통해 완성된 그림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 세월의 조각이 꽤 많이 이어지니 이제는 제법 기대감이 생긴다. 파란 바다인 줄 알았는데 하늘이었고, 잘 익은 복숭아인 줄 알았는데 아이의 포동한 엉덩이가 완성되는 것처럼 기대감을 안고 글쓰기를 이어간다.
좋은 건 원래 나누고 싶어지는 법이지 않나. 혼자 좋아하던걸 온라인에 모임 덕분에 함께 나누며 산다. 무엇보다 글쓰기에는 진심을 넘어 '찐심'인 분들 덕분에 나의 시간이 풍성해졌다.
몹쓸 글쓰기는 '몹시 쓸모 있는 글쓰기'이면서 동시 '몹시 쓰고 싶은 글쓰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안전지대로서 누구나 자신의 글을 존중받을 수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 놓을 수 있는 곳을 지향한다. 나는 이곳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길 바란다.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자기를 지키고 자기에게 관대할 수 있으려면 '자기력'이 필요하다. 글을 쓰며 나와 가까워질수록 '자기력'이 높아짐을 느낀다. 몹쓸 글쓰기는 '자기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자기장(場)'이다.
혼자서는 어려운 사람이 바로 '나'이기에, 누구보다 안전지대를 원하는 사람이 또한 '나'이기에 같은 결을 가진 우리들이 만들어낸 자기장이 언젠가 당신을 끌어당길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