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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라이팅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배운 것

by 알레

카페에서 늘 혼자 글을 쓰다가 처음으로 함께 모여 글을 쓰는 모임을 열어봤다. 처음이라 장소에 대한 고민, 진행 방법에 대한 생각, 어떻게 알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정작 모임을 해보니 이런 고민을 왜 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재밌었던 건 나를 제외한 세 분이 각각 다른 플랫폼에 올린 소식을 보고 오셨다는 것이었다. 한 분은 브런치, 한 분은 인그타그램, 그리고 또 한 분은 스레드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


총 4명이서 카페에 모여 약 3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글을 썼는데 첫 만남이라는 게 무색할 만큼 많은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 시간이었다. 지난날의 나였으면 생각만 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을 이번 모임을 계기로 느낀 게 있어 기록해 본다.


첫째, 백 날, 천 날 고민해 봐야 이뤄지는 건 실행에 옮긴 그 한 번의 순간이다. 실행력이 약한 사람의 경우 고민력이 실행력보다 큰 경우가 많을 것이다. 신중한건 좋지만 신중'만'하면 결국 행동하지 못한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긴장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임을 주최하는 경우라면 더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하다. 이번에 내가 그랬듯 장소를 먼저 섭외해야 할지 모객을 먼저 해야 할지부터 시작해 이번처럼 카페에서 모일경우 그 시간대에 혹 소란스럽진 않는지, 자리는 적절한지와 같은 많은 것을 고민하게 된다. 이번에도 고민하다 일단 공지를 올리고 장소를 물색했다.


뭐든 첫 행동을 해야 그다음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그냥 하는 게 답이다. 글쓰기도 그렇다. 일단 운을 떼어야 다음으로 이어갈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생각은 깊게 하되 기간은 짧게 하자. 그리고 바로 실행하자.


둘째,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혼자 고군분투하면서 동시에 느슨한 연결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이들은 누군가 가벼운 모임을 열어주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용기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보자. 듣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나 역시 지난 3년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중간중간 머물렀던 팀이 있긴 하지만 온라인에서의 만남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은 편안함과 편리를 기할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을 함께 느낀다. 단, 이때의 외로움은 가족이나 친구에 대한 것이기보다는 동료에 대한 갈증이다.


혼자서도 자기 삶을 잘 관리해 나가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오래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커뮤니티를 찾아간다. 커뮤니티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편안함 가운데 각자의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 적어도 첫 모임은 그런 모임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계획을 세우되 계획이 이뤄지는 것은 우연에 맡기자는 것이다. 이건 지극히 내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철두철미한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유형의 인간이 아니다. 맥락만 짜 놓고 나머지는 대부분 즉흥에 가깝다.


어제의 모임도 큰 틀만 마련해 두고 나머지는 모임의 상황에 따라 흘러가게 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자연스러웠고 부담 없이 흘러갔다는 생각이다. 모임에 오신 분 중에, 평소라면 흘려보냈을 건데 최근 삶을 정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타이밍 좋게 모임 공지를 보게 되었다는 분이 계셨다. 그분의 말을 들으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우연이 아니면 다 설명할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4명뿐인 소규모 모임이었지만 이 시간을 통해 많은 걸 얻었다. '그냥' 해봐야 다음을 안다는 것, 느슨한 연결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 계획 다음은 우연에 맡기고 안달복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평일 낮시간에도 움직일 동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생산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 하나만으로도 모임이 열릴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온라인 세상에서 소위 숫자로 나타나는 자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


이 모임은 앞으로 '카페 라이팅 오프라인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이뤄질 계획이다. 혹여 누구라도 글 쓰는 사람들과의 느슨한 연결을 원한다면 다음 모임에 함께 할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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