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그제 올린 콘텐츠가 평소보다 좋은 결과를 보였다. '아싸!' '이제 좀 올라가나?'싶었지만 어제 올린 콘텐츠는 폭망 했다. 요즘은 시간이 지난 뒤 반응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으니 속단하긴 이르지만 속은 좀 쓰리다. 누군가 이런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하는데, 1인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지금 나에게 일희일비는 그냥 일상이다.
일희일비는 순간순간 닥쳐오는 상황에 따라 기분이 변하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창작물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온라인 세상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도를 닦는 수준이지 않을까 싶다.
온전히 내 힘으로 내가 구상하고 만들어 낸 결과물을 매일 심판대에 올리는 일을 반복하는데 무념무상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살면서 무념무상을 유지하며 지냈던 시절이 있긴 하다. 직장인일 때. '그래. 그땐 햇수가 거듭될수록 오히려 나와 세상을 분리하는 능력이 생겼더랬지.'
일희일비와 무념무상.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둘은 묘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둘 다 어떤 역할에 지나치게 몰두할 때 찾아온다는 점이다.
1인 크리에이터로서 남다른 성과를 내고 싶다는 욕구가 커질수록 자연스레 기분은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는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할 때 의욕과 의지가 커질수록 필요 이상의 책임과 뒷말을 경험하고 난 뒤 무념무상의 상태로 접어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도 과거의 무념무상보다야 현재의 일희일비가 더 낫다고 느끼는 건 적어도 내일을 위한 불쏘시개는 되어주기 때문이다. 어떤 삶이든 가만히 머물러 있는데 더 나아질 수는 없다. 요행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계속 방법을 찾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한다. 가령 그제 올린 콘텐츠와 어제 올린 콘텐츠에는 명확한 차이점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나의 계정에 잘 작동하는 콘텐츠는 이틀 전에 올린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처럼.
1인 크리에이터의 길을 걷는다는 게 갈수록 고독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동료가 있지만 대부분 혼자 기획하고 작업해야 하기에 어떤 이유에서든 멘털이 한 번 흔들리면 걷잡을 수 없이 나락으로 빠지는 수가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혹여 그런 마음이 올라올 때면 앉은자리에서 허리를 곧게 편다. 적어도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키라도 하니까.
어제와 다르게 유난히 에너지 레벨이 떨어진 하루다. 누적된 피로가 눈꺼풀과 생각을 무겁게 만든다. 평소라면 진즉에 다 썼어야 할 글 한 편도 1시간이 넘도록 붙잡고 있다. 집중력이 오래가지 않고 자꾸 산만한 걸 보니 오늘 좀 힘들겠다 싶다.
다시 허리를 곧게 펴본다. 이번엔 어깨도 힘껏 당겨주고 고개도 들어 올려 풀어줬다.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 목과 허리, 그리고 어깨가 자주 뻐근하다. 아무래도 오늘은 폼롤러 위에서 굴러 다녀야 할 것 같다.
정신 차리는 데는 역시 카페인 만한 게 없지. 오늘도 카페인 수혈 진하게 하고 다시 집중해야겠다. 어제는 비(悲)가 내렸으니 오늘은 좀 희희(喜喜) 거릴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