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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리와 효율성은 크리에이터의 숙명

by 알레

월요일 오전 11시 강남의 한 공유 오피스. 오늘도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정해진 미팅룸에 들어가 앉는다. 먼저 도착한 동료들과 10여 분 간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고 주간 미팅이 시작되었다.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을 보다 효능감이 넘치는 시간으로 채워 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이 맴돌았다.


동료들의 주간 보고를 보고 있으면 재밌는 점이 있다. 모두 몇 주 째 마치 고정핀으로 박혀있는 듯한 항목이 하나씩은 있다는 것이다. 그 항목이 또 나오는 걸 볼 때마다 '이제 그냥 항목에서 지워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동시에 누구나 이런 게 하나씩은 있다는 것에 남모를 위안을 얻는다.


이런 것에 위안을 얻고 있는 나 자신이 참 안쓰럽기도 하지만 이게 또 동료가 있는 것의 장점이라 생각하며 안쓰러운 마음을 흘려보냈다.


한 달 하고 2주가 지나니 이젠 한 주의 고정 흐름이 생겼다. 몇 가지 반복적인 굵직한 흐름을 고정해 둔 덕에 효율성의 방법을 찾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지금부터는 시간 블록의 두께를 최대한 얇게 만드는 게 목표다. 두꺼울수록 작업 하나에 시간을 오래 사용한다는 뜻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챗gpt를 더 잘 활용하는 것, 뽀모도로 타이머를 활용하는 것, 작업당 시간을 체크하며 셀프 피드백을 지속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보다 더 근원적인 방법은 에너지 레벨을 높여야 한다는 걸 우리 모두 공감했다.


한 동료가 지난 한 주간 계획이 많이 무너져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나름의 인과를 분석해 왔지만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우리 모두 같은 경험을 해봤기에. 그리고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소용돌이라는 걸 알기에.


크리에이터로 산다는 건 철저한 자기 관리가 수반되지 않으면 언제고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여러 번 깨달았다. 무엇보다 에너지 레벨이 떨어졌을 때 육체적 피로감과 함께 감정적 부침을 경험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


회사에서 일할 때와 다른 건 내 주변의 모든 사소한 것들이 든든한 응원군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언제든 터져버릴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가령 생각지 않게 아이가 아프면 하루가 통째로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만약 직장인이라면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서 하루를 보낼 수 있겠지만 육아를 하는 프리랜서라면 아이를 케어하는 게 모든 것의 우선순위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나온 3년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쌓아온 덕에 조금은 나를 관리하는 게 수월해졌다. 그러나 원래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존재가 '나 자신'이 아니던가. '자기 부양'은 에너지 블랙홀 같아서 희한하게 계속 고갈된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쓸데없는 '자기 부양'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효율을 높일 방안을 찾게 된다.


다시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이번 주는 지난주 보다 1%라도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계획은 세웠지만 내가 나를 잘 컨트롤할 수 있을까? 몸이 피곤하니 덩달아 생각도 많아진다. 이럴 땐 생각하지 말고 실행을 더 해보는 게 답이다. 생각은 나중에 하자.


어쨌든 시간은 흐른다. 노를 젓는 건 내 몫이다. 한가로이 감상에나 빠져있을 상황이 아니니 이번주도 그냥 부단히 노를 저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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