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며 깊어질 한 달을 기대해 본다

by 알레
당신은 왜 글을 쓰시나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건 결국 쓰고 싶어서다. 시간이 지나 느끼는 건 쓰고 싶어서 쓰는 것만큼 지속 가능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문득 '그냥 하고 싶어서 한다'라는 이유가 조금 낯설다. 아무래도 이유 없는 행동은 삶을 낭비하는 것이라는데 익숙해진 탓인 것 같다.


글쓰기는 나에게 '그냥'의 가치를 깨닫게 해 줬다. '그냥'은 머리가 아직 마음을 쫓아가지 못하는 강한 끌림을 따르는 것이다. 즉 본능적이고 직감적인 끌림에 따라 나다운 선택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이걸 더 일찍 느꼈다면 더 많은 것들에 서슴없이 도전해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3년간 글을 쓰면서 매일 쓰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어졌다. 그만큼 가볍게 쓴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그만큼 스치듯 지나가는 생각을 붙잡는 순발력과 감각이 좋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방향성 양적 글쓰기를 하다 보니 제법 다양한 주제의 글이 쌓였다. 보다 세분화시켜 본다면 과연 몇 가지 주제가 나올까 궁금하긴 하지만 분류에는 영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 그냥 궁금한 걸로 그칠 뿐이다.


양의 글쓰기가 좋은 건 '나'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나'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갖는다는 건 그만큼 삶의 방향을 여러 갈래로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내 인생의 화두는 '나다움'으로 돈을 벌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인 만큼 글쓰기는 나에게 지도를 그리는 것과 같다.


최근 들어 조금은 또렷한 방향을 정하고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발적인 글을 쓰다 보니 하나를 깊게 파고든다는 느낌이 아쉬웠다. 솔직히 그동안 뾰족하게 한 방향으로 써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계속 '나'를 파고 또 파고 들어가는 게 좋았다. 아마 그래서 책 쓰기를 시작하지 못한 것일지도.


7월이 되며 몹쓸 글쓰기 모임의 새로운 기수를 모집했다. 새 기수 모집을 준비하면서 어떤 글감을 준비해 볼까 생각하다 자기 발견을 위한 글감을 준비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20개의 글감을 달력에 적어 두었다.


보통은 자유 주제로 글쓰기를 하지만 이번 한 달 동안은 글감에 따라 글쓰기를 해볼 참이다. 지금까지 글감 달력도 큰 주제를 정하지 않고 무작위로 단어를 제시했는데, 처음으로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보았다.


무엇이 되었든 깊게 파고드는 시간은 그것에 대해 보다 명료하게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마찬가지로 나를 알고 싶다면 나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한 달은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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