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쓰기를 왜 좋아하게 되었을까?

by 알레

오늘은 같은 질문을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던져 보며 글을 시작해보고 싶어졌다. 보통이라면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이유' 뭐 이런 식의 제목을 짓거나 아니면 글쓰기를 하라고 종용하는 글을 썼을 테지만 이번에는 '왜'에 초점을 맞추고 글을 적어보려 한다.


지금껏 글쓰기에 대한 과거의 서사를 꺼낼 때면 언제나 대학원 논문을 쓰면서 내내 고생했던 기억을 등장시켰다. 워낙 충격의 강도가 컸던 기억이고 인생의 획을 긋는 사건이었기에 그것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쾌하지 않은 그때의 기억이 등장한다는 건 '지금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도 과거에는 글쓰기라면 학을 떼던 사람이었다'라는 식의 전개를 위함이었다. 그러나 오늘 나는 나에게 반문을 해본다.


'진짜 글쓰기를 싫어했어?'


초등학생 때 숙제처럼 썼던 일기를 제외하고 내 생각을 글로 적었던 건 언제부터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등학생 때가 아닐까 싶다. 중학생 때는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등학생이 되고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와 쪽지가 아마 글쓰기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유행했던 다이어리 꾸미기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사람을 좋아했고 공감하는 걸 잘했기에 편지를 쓸 때면 상대의 어떤 부분을 공감하는 내용을 꼭 담았다.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였던 그 시절, 수시로 주고받았던 편지 덕분에 글쓰기가 손에 익을 수 있었다. 게다가 공감력도 높아졌다. 돌이켜보면 이것이 지금 내 문체에 초석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공감능력'이 좋다는 피드백을 자주 받는 편이니 전혀 근거가 없진 않을 것 같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본격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학과 홈페이지 게시판에 참 시시콜콜한 글을 많이 남겼다. 마치 흔적을 남기듯 거의 매일 방문을 했다. 가끔 동시 접속한 누군가로부터 쪽지를 받거나 댓글을 받으면 한참 대화가 이어졌다.


이 외에도 글쓰기와 함께한 과거를 훑어보니 한 가지 명확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통.' 나에게 글쓰기는 문학적 표현이나 논리적 설득이기보단 소통의 수단이었음이 뚜렷하다. 고등학생 시절의 손 편지, 대학교 학과 게시판의 시시콜콜한 일상글, 지금의 SNS나 메신저 등 결국 연결이고 소통을 위함이었다.


고로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고 지속하는 이유는 글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과거에는 명확한 대상이 있었다면 지금은 조금은 불특정 다수에게 말을 건네는 느낌이라는 차이는 생겼지만 그러나 '소통'이라는 측면은 여전하다.


결국 나는 한마디 말없이 지냈던 적이 없던셈이다. 입은 침묵가운데 있더라고 글을 통해 말을 하고 있었으니. 역시 할 말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아무튼.


정리해 보면 나는 우선 소통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 소통은 대화로 할 수도 있지만 글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오히려 지금은 글을 통한 소통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가 어렵지 않게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건 사실 나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말을 걸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글쓰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대화를 나누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이것도 나름 새로운 발견이다. 만약 '글쓰기'라는 단어에서 넘어서야 할 벽이 느껴진다면 생각을 바꿔 보는 건 어떨까. 글쓰기가 아닌 글을 통한 소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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