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그러니까 바로 어제와 그제.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쓰지 못했다. 토요일에는 아이가 잠들고 난 뒤 자정이 다돼서 뒷정리를 마치고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제목 한 줄 적었는데, 도저히 앉아 있기 힘들 만큼 허리가 아팠다. 아마 낮에 아이를 안아주고 업어줬던 탓인 듯싶었다. 정확한 부위는 허리는 아니고 등 쪽인 것 같은데, 평소에 뻐근한 것과 다른 느낌이었다. 불길한 기분이 올라왔다. 워낙 근육통을 오래 달고 살아서 통증의 질에 따라 통증이 얼마나 오래갈지 대략의 감이 생겼다. 이번건 좀 센게 온 기분이었다.
당장 거울 앞에서 자세를 확인했다. 이렇게 아픈 경우 대부분 몸이 틀어져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그것도 아니었다. 지체할 것 없이 자리에 반듯하게 누웠다. 심호흡을 하면서 최대한 몸을 이완시켰다.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다 하고 자리에 누웠다. 괜히 더 자리 앉았다간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것 같아 글쓰기를 포기했다.
자고 일어나 허기를 달랜 뒤 근육통 약을 먹었다. 다행히 어제 하루를 보내는데 더 이상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통증에 대한 감은 틀렸지만 천만다행이었다. 일정대로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밤이 되었다. 아이를 재우기 위해 모두 함께 자리에 누웠다. 그사이 나도 선잠이 들었다가 아내가 방을 나가는 인기척에 잠에서 깼다.
거실에 나와 노트북을 켰다. 토요일에도 글을 쓰지 못했으니 꼭 쓰고 자야지 생각했지만, 영 집중이 되지 않았다. 마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사실 지난 한 주 개인적으로 신경 쓸 일이 좀 많긴 했다. 루틴의 변수가 생기면서 평소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써야만 했다. 신경 쓸 일들을 모두 다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욕구가 꽤 컸다.
그래도 뭐라도 하긴 해야 할 것 같아서 노트북을 켰지만, 도저히 글쓰기에 집중을 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그냥 TV를 틀어 평소보다 애쓴 나를 위한 보상의 시간을 가졌다.
나는 1월 1일부터 주말도 쉬지 않고 매일 글을 쓰고 있었다. '셀프 챌린지 글쓰기 365'라는 이름으로 혼자만의 랠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름 그대로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아슬아슬 넘어갈 때도 있었지만 한 번도 끊어지지 않았던 랠리는 지난 주말로서 끊어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 아마 타인이었으면 이렇게 위로의 말을 남겼을 것 같다. '괜찮아요,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왔으니까요. 그리고 매일 쓰는 것보다 꾸준히 쓰는 게 더 중요한 거잖아요. 주말 동안 잘 쉬었다고 생각하면 되죠!' 근데 정작 날 위해선 이런 위로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토요일엔 근육통 때문에 미련 없이 노트북을 덮었지만, 어젠 달랐다. 마음은 '알레야, 오늘은 좀 쉬자'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머리는 '글쓰기 챌린지 이렇게 흐름이 끊어지면 억울하지 않아?'라고 다그치는 줄다리기 상황 가운데 있었다.
나는 늘 나에게 관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가만 보면 반대였던 것 같다. 나에게 제일 가혹한 사람이 바로 나였는지도. 지나치게 '매일'에 집착했나 싶기도 하다. 마치 무슨 기록을 세우는 사람처럼 나를 안달복달해 가며 재촉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조금 길어져도 그게 뭐 그리 대수라고. 중요한 건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인데.
이제부턴 쉬고 싶을 땐 그냥 쉬어가자. 글쓰기고 삶도. 불쑥불쑥 올라오는 조급함과 강박에 채찍질하는 것을 멈추고 뛰다 걷다 쉬어가기를 반복하며 오래가는 거다. 어차피 '나'라는 인간은 글을 쓰지 말라고 해도 쓸 사람이니까. 여유를 가지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