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를 쌓는 시간 나의 시간을 쌓는 이야기

by 알레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뒤로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업로드한 콘텐츠 수 대비 팔로워 수가 상당히 높은 사람들이다. '어떤 재주가 있길래 저런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 냈을까?' 염탐하듯 콘텐츠를 훑어보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가 답이다. 아무래도 난 콘텐츠 분석력은 영 꽝인 듯하다.


부러움의 여운이 남아 괜히 다른 계정들을 훑어보던 중 더 눈길을 끄는 계정을 만났다. 이전과 같이 기본 몇 만 단위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 계정이라는 것은 동일한데, 그동안 발행한 콘텐츠 수가 수 천 개나 된다. 순간 그가 쌓아온 시간이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이었음을 직감하게 된다.


정확한 건 모르지만, 아마도 소위 '터지는 콘텐츠 공식'과 같은 온라인에 떠도는 방식 보다 자기만의 기록을 꾸준히 남겼으리라 상상하게 되면서 일면식도 모르는 대상을 향한 존경심마저 일어났다.


요즘은 뭐든 빠른 게 주목받는 시대다. 강의 한 방에 월 천, 월 1억 매출을 달성했다는 정도의 후킹은 있어야 사람들에게 주목받는다. 콘텐츠 10개만으로 팔로워 1만을 찍는 대단한 능력자들이 흐름을 주도하는 시대다. 마치 더 이상 토끼와 거북이 전래동화의 교훈은 통하지 않는 듯 보이는 이 시대에 여전히 거북이처럼 제 걸음으로 자기만의 성과를 거둔 이들의 모습은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긴다.


아무리 봐도 나는 토끼는 아니고 거북이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빠름 보다는 꾸준함이, 공식 보단 내 방식을 선호한다. 이래 가지고 대체 언제 살림살이가 나아지려나 싶은 현타가 올 때도 많지만 도저히 마음이 가지 않는 길은 걸어가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느리지만 마음을 따라 선택한 것에는 누구보다 꾸준하다.


3년간 지속하는 글쓰기가 그렇고, 어느덧 2주년이 된 오디오 콘텐츠가 또한 그렇다.


<알레쓰바>라는 이름으로 2년 전 9월, 불현듯 시작한 팟캐스트였다. '등 떠밀려 시작했다'는 표현이 적확할 만큼 전혀 계획도 없이 시작한 방송이 어느덧 2주년을 맞이했다. 초반에는 게스트 없이 1시간짜리 방송으로 녹음을 했다가 대략 6회 차 정도부터 2시간 정도로 분량을 늘렸다. 이후 지인들을 게스트로 섭외하기 시작하며 누군가의 삶에 남겨진 음악과 추억을 나누는 시간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다녀간 게스트만 11명, 소개한 아티스트는 235명, 플레이한 곡은 256곡이나 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의미 있는 건 25회 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을 쌓아왔다는 것이다.


나의 방송은 촘촘한 기획을 바탕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마치 오래된 단골 Bar에 들러 시간이 되는 만큼 머무르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다 가는 듯한 느낌을 지향하다 보니 구독자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 방송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지나온 나의 시간을 이야기 속에 담아내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은 기억은 결국 사라지거나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기록된 기억도 간혹 어제와 오늘이 다를 수도 있지만, 최소한 남겨진 것이기에 생명력을 가지며 언제라도 꺼내어 볼 수 있기에 그 자체로 가치 있다.


기록에 시간이 더해지면 역사가 된다. 역사에는 앞날을 가늠하는 지혜가 담겨있듯, 남겨진 이야기 속에서 나의 내일에 대한 힌트를 발견한다. 알레쓰바는 사실 내가 호스트이면서 동시에 게스트였던 방송이 아니었을까 싶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각자의 이야기를 쌓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어디에서 쉽게 이야기해볼 기회를 얻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내고 싶은 사람들과 더 다양하게 연결될 수 있길 또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