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사랑하셨어요? 먹는 이야기 아니고 식물이야기 팟캐스트
"식사하셨어요? 흠, 식사합시다 어때요?"
"오, 괜찮은데요? 그걸로 갈까요?"
1월 마지막날. <오늘은 식물>의 저자이면서, 유튜브 <꽃읽남 TV_아임그린메이트>를 운영하는 선곤 님과 광화문에서 만났다. 알고 지낸 지는 벌써 3년. 한 커뮤니티에서 만난 인연이 계속되어 종종 만났는데 마침 책 출간 소식이 들려 다시 한번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두 남자가 만나면 참 오래도록 수다를 나눈다. 식물 이야기부터, 콘텐츠 이야기, 글 쓰는 이야기 등 다양하다. 앞서 알레쓰바에 게스트로 나와주셨을 때 향후 뭔가 콘텐츠를 같이 하나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말을 건네고 갔는데, 마침 이번에 식물 수다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줬다.
식물 수다는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콘텐츠였다. 마지막에 근무했던 회사가 원예회사였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식물 생활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임이랑 님의 팟캐스트 <식물 수다>의 오랜 애청자이기도 했고, 한때는 마니아들이 구입한다는 고가의 식물의 입문 단계까지 갔었기에 식물 콘텐츠는 너무 반가운 제안이었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나누다가, 네이밍으로 '식사합시다'가 떠올랐다. '식물을 사랑합니다'의 준말이면서 또 친근하게 쓰이는 인사말로 '식사하셨어요?'가 오버랩되었다. 그 즉시 코너 이름은 확정. 나머지는 호스트인 선곤 님이 준비하는 걸로 그날의 대화는 마무리했다.
그리고 오늘. 첫 녹음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자리. 마침 봄이 무르익어가는 때에 첫 녹음이라 시기적절해 보였다. 매달 한 번씩 나의 음악 팟캐스트인 '알레스바'를 녹음하는 익숙한 스튜디오에서 이번엔 패널로 참여해 긴장감 하나 없이 편하게 수다를 나눴다.
퇴사한 지 벌써 3년이라 그때만큼 식물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치 머릿속에 폴더가 자동으로 열리는 기분이었다. 하나씩 에피소드들이 꺼내어지고 농장에 다닐 때 귀동냥했던 말들이 입 밖으로 훌훌 나온다.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나, 식물 참 좋아하긴 했나 보다. 이만하면 잊힐 만 한데.
내가 호스트도 아닌데, 내 프로그램인 것처럼 즐거웠다. 벌써 다음 녹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폴더 안의 폴더들을 하나씩 열어보는 중이다. 코스타리카 출장 다녀온 이야기를 풀어볼까? 독일과 네덜란드 박람회 다녀온 이야기를 꺼내볼까? 아니면 검역 과정에 대해 풀어 볼까?
확실한 건 지금 아무리 계획해도 결국 그때의 알레가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풀어놓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난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니.
어느새 동네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진짜 봄이 무르익어 가는가 보다. 날은 좀 흐렸지만 스튜디오에 앉아 함께 나눈 식물이야기의 여운이 봄기운을 더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