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렌 살롱에 놀러 오세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공간. 무엇하나 특별할 것 없는 그런 서울시내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인도. 주말의 한가로운 오후의 풍경은 거니는 사람 하나 없을 정도로 한가하기만 하다. 사진으로 보니 B컷도 안 되는 사진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후 개인적으로 어렵다고 느끼는 장면이 있는데 제 멋대로 가지를 뻗은 나무들이 있는 공간이다. 눈으로 보기에는 작품이 될 듯싶지만 초보 사진가가 담아내기엔 각자의 개성이 너무 돋보인다. 막상 PC 화면으로 열어본 사진은 무엇을 어떻게 보정해야 할지 난감하다.
한참 바라보며 무엇을 중심이 되는 시선으로 잡아야 할지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붉은 벽돌로 이어진 담벼락이다. 사진을 찍다 보니 알게 된 것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감성. 그냥 난 붉은 벽돌이 주는 거칠지만 따뜻한 감성을 좋아한다. 어딘가 도시적이면서 또 도시적이지 않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소재인 듯하다. 또한 사이사이 스며드는 빛이 바닥에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텍스쳐는,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느낌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다. 담벼락과 빛은 언제 봐도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겨울 사진이 또 재미있는 이유는 나머지 계절 동안 보지 못한 것이 드러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담벼락을 뒤덮은 넝쿨이 만들어 내는 선의 비정형성은 바라보는 내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선의 방향도 굵기도 제각각이다. 어디에서 시작했는지 조차 가늠할 수 없어 시간을 추론해볼 수 조차 없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지도를 보는 듯 한 느낌도 받게 된다.
겨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채색의 쓸쓸함과 아련함과 같은 느낌이었다. 자세히 둘러보니 겨울은 감춰진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기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푸른 잎으로 덮여 다시 겨울이 오기 전까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도무지 알지 못한 채 지내야 할 테니 말이다.
어릴 때부터 동네 아파트 단지에는 꼭 목련 나무가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 소식도 없던 나무 가지 끝에는 몽실몽실 꽃망울이 맺혔다. 아직 겨울이 한창인 듯싶은데 목련을 보니 머지않아 봄이 오려나 보다. 하기사 생각해보면 언제나 입춘은 아직 겨울이 다 가기도 전에 찾아왔던 것 같다.
사진에 담고 보니 파란 하늘과 솜뭉치 같은 목련 꽃봉오리가 유난히 잘 어울리는 듯싶다. 덕분에 늘 무심코 지나쳤던 발걸음을 멈춰 세우고 굳이 한 번 더 하늘 한 번 올려다보게 된 하루였다.
오랜만에 알렌 살롱을 오픈했어요. 그동안 알렌은 사진 생활에 푹 빠져 지내고 있었어요. 주로 SNS에 사진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제법 사진이 쌓이다 보니 문득 '포토 에세이를 써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을 찍기 시작하니 일상의 공간이 조금은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무한한 세계를 유한한 프레임 안에 담아내는 것이 사진이다'라는 말을 좋아해요. 프레임이 가진 힘은 대단한 것 같아요. 장면의 연속성을 의도적으로 끊어버리면서 극적으로 만들어 주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모습을 어떻게 얼마나 담아내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다 달라져요. 그리고 작가의 시선과 타인의 시선은 또 달라지기도 하고요. 알면 알 수록 더 푹 빠져드는 매력이 있어요.
앞으로 알렌 살롱에서 사진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해요. 더 많은 작가님들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진뿐만 아니라 어떤 이야기든 함께 나눠 보고 싶다면 언제든 놀러 오세요. 알렌 살롱은 이전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늘 작가님들을 위해 열려있을 것이니까요.
*알렌의 놀이터 '알렌 그라운드'에 오시면 더 많은 사진을 구경하실 수 있답니다.
https://www.instagram.com/alengr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