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다 보니 확실히 '쓰는 것'에는 제법 익숙해졌다. 덕분에 한 편의 글을 쓰는데 들어가는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빨리 쓰는 걸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빈도를 말하고 싶었다. 뭐든 쉽게 하고 싶다면 빈도를 높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3년 동안 브런치에 뭐라도 끄적이고 있으면 노하우 같은 뭐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냐?'라는 내면의 외침이 잠시 골몰하게 만든다. 그래서 한 번 가상의 대상을 떠올려 보았다. "알레 작가님, 어떻게 하면 글을 그렇게 쓸 수 있어요?"
"그건 말입니다..."
우선 잠을 푹 자야 한다. 역시 사람은 뭘 하든 좋은 컨디션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효율을 높일 수 없다. 일편 예술이라는 분야가 약간의 몽롱함이 더하여지면 창작의 DNA가 마구 활성화되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는 역시 잘 자고 일어났을 때 글도 잘 쓰인다.
글을 쉽게 쓴다는 말에 오해가 없길 바란다. 글쓰기가 쉽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초등학생 수준의 일기를 쓰면서 '저 글 쉽게 써요'라고 말하는 무책임한 사람도 아니다. 쉽게 쓴다는 말의 의미는 편하게 쓴다는 뜻이고 순간의 몰입을 높여 빠른 시간 안에 완료한다는 의미다.
사실 우리에게 가장 없는 건 시간이 아니던가. 아, 물론 체력도 비등비등하지만. 어쨌거나 그냥 살아도 짬이 안나는 하루인데 글쓰기까지 더하려면 없는 시간을 쪼개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과 그것을 바탕으로 순간의 몰입력을 높이는 게 가장 필요하다.
잠을 잘 자는 거야 개인차가 있을 테니 이 글에서는 차치하도록 하고, 그렇다면 글쓰기 몰입력을 높이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3가지를 떠올려 보았다.
첫째, 일상의 영역에서 벗어나기. 일상의 영역이라고 하면 전업주부 육아아빠에게는 집이 될 테고 직장인에겐 사무실이 될 것 같다. 일상의 영역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편안하고 익숙한 만큼 불필요한 긴장감 없이 나에게 최적화된 환경에서 글을 쓸 수 있다는 장접이 있는 반면 그렇기에 주변이 너무 잘 보인다는 것이다.
가령 집을 떠올려 보면, 집안일은 내가 손을 놓지 않는 한 끝이 없는 법이다. 뭐 하나를 건드리면 다른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그렇게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공간이 바로 집이다. 사무실로 예를 들어보면 집 보다야 덜하겠지만 하다못해 책상을 정리하다 보면 평소 잘 건드리지 않던 모니터 선반 아래를 닦고 싶어질 때도 있다. 이 모든 것이 하면 나에게 이로운 것이지만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보라는 것이다.
잠시라도, 10분 - 15분이라도 내가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공간에 머물면서 노트북을 펴고 글쓰기 버튼을 눌러보자. 한 줄을 쓰고 돌아오더라도 그 한 줄을 쓰게 만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음 이야기를 가져다준다.
둘째, 계속 한 가지 생각만 되풀이하기. 뇌과학을 잘 알지 못하지만 인간의 뇌는 거의 천만 개의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그중 40여 가지 정도만 필터링한다고 한다. 내가 골몰하고 있는 분야의 정보만을 뽑아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늘은 뭘 쓰지?'라는 생각만 되풀이해보자. 그 순간부터 우리의 뇌는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상황 가운데 '오늘의 글감'을 찾는 사냥꾼이 될 것이다.
3년간 글을 썼더니 나는 언젠가부터 매일 이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을 봐도, 지하철을 타도, 카페에 앉아서 멍하니 주변을 둘러봐도, 거리의 현수막과 가을의 색을 입은 가로수를 봐도 그 속에서 글감을 찾으려 부단히 촉을 세운다. 재밌는 건 종일 그러고 있다 보면 의외의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글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마 직장인이라면 이 부분에서 더 많은 글감을 발견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직장엔 워낙 일갈하고 싶은 대상들이 많을 테니.
마지막은 역시 자주 읽고 많이 생각하기다. 쓰기 위해선 풀어낼 말이 담겨있어야 한다. 말이 담기려면 역시 많이 읽는 게 최고다. 근래 들어 책을 많이 읽고 있다. 하루에 두세 권의 책을 병독하고 있는데 그중엔 에세이, 소설, 자기 계발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읽다 보면 좋은 표현이나 괜찮은 아이디어를 만날 수밖에 없다. 밑줄을 긋고 나의 생각을 메모해 두면 언젠가 그것이 나의 글이 된다. 일전에 선배 작가님에게 들은 팁을 공유하자면, 디지털 기기에 메모를 하고 해시태그(#) 표시와 함께 검색어를 입력해 두면 나중에 해당 글감을 검색할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상의 영역에서 벗어나보고, 매일 아침 오늘 무엇을 쓸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고, 평소에 자주 읽고 많이 생각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장담컨대 누구라도 글을 편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여기 한 사람의 증인이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