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고, 발행한 글 수도 이미 700편이 넘었다. 올 해는 이전보다 더 많은 양의 글을 발행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참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불어 책 출간 계획은 없냐고 묻는다. 솔직히 나도 그러고 싶다. 지난한 과정을 겪어본 사람들만이 늘어놓을 수 있는 너스레도 떨어보고 싶다. 그런데 여전히 나의 답은 '글쎄요, 쓰긴 써야겠는데 아직은 마음이 잘 가지 않네요'다.
오늘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직 절반 가량밖에 읽지 않았지만 진담 작가님의 신간 에세이, <따로 또 같이 고시원, 삽니다>를 읽다 보니 '스토리의 힘'을 여실히 느꼈다. 아니, 매료되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작가님은 실제로 고시원 원장님이기도 하다. 어쩌다 고시원을 운영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가운데 마주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솔직한 감정 고백과 성장이 담긴, 마치 한 편의 휴머니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요즘 나의 고민이 '이야기를 짓는 것'이다. 꾸준히 글을 쓰고는 있지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꾸준함 빼고는 뭐가 있을까 솔직히 잘 떠오르지 않는다. 누군가는 '꾸준함'이 전부라며 나의 하소연은 되려 자랑질 같은 격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난 그저 남의 속도 모른다는 마음이다.
내가 글을 쓰고 싶은 건, 물론 철저히 나를 더 깊이 알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쓰다 보니 나를 관통한 글이 독자에게도 가닿기를 바라게 되었다. 이 부분이 여전히 넘지 못하는 벽으로 남아있다. '나에겐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숱하게 되물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냐만은 그 가운데에도 유독 눈길이 가고 마음이 동하는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실제 경험이 아닌 허구여도 실제처럼 잘 짓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초보 작가에겐 내가 직접 경험한 것만큼 가장 생동감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평온해서 감사했던 지난날이 이 순간 조금은 야속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어쩌면 자신을 '보통의' 또는 '평범한' 사람이라 지칭하는 이들의 삶은 나와 엇비슷하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누가 읽어봐 주기나 할까 싶은 나의 삶에 대한 고민과 소소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500피스 일지, 1000피스 일지, 아니면 그보다 더 잘게 쪼개진 퍼즐일지 모를 이야기의 조각을 매일 어느 한 지점에 내려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완성된 그림은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나'라는 사람의 인생 퍼즐이기에 그 끝은 결국 '나'일 것 같은 퍼즐 맞추기를 매일 꾸준히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조각일 뿐일지라도 멈추지 않고 이어가다 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리라 믿는다. 그렇게 완성된 이야기는 그 이야기에 공명하는 어떤 독자에게 가닿을 것이라고도 믿는다. 그러려면 역시 쓰기를 멈추지 말아야겠지. 더 나아가 엮어내는 시간을 거쳐야만 할 테다.
오늘 실로 오랜만에 책을 통한 여운을 느껴본다. 그리고 고맙게도 그 느낌은 나에게 '이제는 책을 써보는 건 어때?'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오늘 글쓰기는 이쯤에서 마치고 책의 나머지 페이지를 넘겨봐야겠다. 어쩌면 결정타 한 방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