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와 글쓰기만 꾸준히 해도 삶이 달라집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글쎄?'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두 가지를 3년간 꾸준히 하고 있었지만 내 삶은 달라진 게 없어 보였으니까. 그런데 소셜 미디어에선 하나같이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삶이 이렇게 달라졌어요!'라고 인증하는 콘텐츠를 자주 접하다 보니 오히려 궁금해졌다.
'정말 나는 변한 게 없는 걸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 먼저 변화에 대한 기준을 점검해 보았다. '나는 어떤 변화를 기대했던 걸까?' 돈이었다. 월 소득이 직장인일 때 월급보다 높아지는 변화. 내가 기대했고 바랐던 변화의 기준은 결국 경제력이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같은 맥락의 변화를 말했다. 아무래도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숙제인 만큼 누구나 솔깃할 수밖에 없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나 역시 결국 바랐던 게 그것이었으니.
'그런데 글쓰기가 변화시키는 게 실질적은 소득으로 연결되는 기회의 확장 말고는 없는 걸까?'
다시 한번 생각을 가다듬어 보니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퇴사 후 지난 3년간 나의 삶에는 불안감이 짙게 깔려있었다. 안 그래도 체력 관리를 거의 안 하고 살다가 본격 육아가 시작되면서 더욱 체력 저하를 느꼈다. 남들은 N잡이다, 협업이다 기회를 잘도 만드는데 나는 도통 시작조차 못하고 있으니 답답했고 자기 효능감 마저 떨어지면서 자신감은 바닥이었다.
그런데, 내가 퇴사한 이유가 '이런 불안감 속에 시간을 흘려보내는 삶을 위해 선택한 것은 아닌데, 나 왜 이러고 살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전과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먼저 나는 나의 행복에 대해 정의를 내려 보았다. 나에게 행복은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행복이었다. 그리고 내 가족이 무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서로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었다. 그럼 '자유로운 상태는 또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걸까?' 생각이 이어졌다.
답을 내기 쉽지 않아 꽤 오래 고민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상태를 나는 '자유로운 상태'라고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체적 자유는 말 그대로 건강한 삶이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고, 두 팔로 내 아이를 번쩍 안을 수 있으며 두 눈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귀로는 아름다운 음악과 다채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입으로는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상태.
장애를 가지신 분들을 폄훼할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결국 내가 느끼는 신체적 자유는 장애가 없는 상태로 내 몸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적 자유는 여러 가지 감정을 있는 그대로 감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를 뜻하다.
이런 자유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삶이 행복한 삶이라는 걸 깨달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글쓰기였다는 것도 근래에 알게 된 것이다.
글쓰기는 감각을 길러준다고 생각한다. 나의 외부 세상을 느끼는 감각과 내면을 들여다보는 감각 모두를 민감하게 만들어 준다. 40년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나는 왜 행복한지, 왜 자유롭다고 느끼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모든 게 막연했고 그래서 어쩌다 받는 질문에 답은 두루뭉술했다.
아직도 이 답은 더 뾰족해지는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그리고 글쓰기는 마치 보석 세공사의 섬세한 손이 된 것처럼 나의 답을 뾰족하게 깎고 빛나게 다듬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글쓰기는 분명 삶을 변화시킵니다!" 이전의 나처럼 그 변화의 기준이 경제적인 부분이라면 어쩌면 변화가 빠르거나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사실 경제적인 부분 변화의 결과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를 만들어 낸 사람들도 내면의 변화가 먼저 시작되었기에 가능했음을 이야기하는 걸 보았다.
결괏값은 제각각일지라도 공통적으로 나의 내면을 이전과 확연하게 달라지게 만든다는 것은 힘주어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니 변화를 원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나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지금 글쓰기를 시작하세요. 1년 뒤 당신은 분명 달라져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