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이다. 이제 2024년도 두 달이 남았다. 다가올 시간은 더디지만 돌아보면 참 빠르다. 이 글의 시작도 무의식 중에 '벌써'라는 말로 시작한 걸 인식하고 혼자 피식거리게 된다.
주말새 잠시 돌아본 올 한 해도 열심히 쓰면서 살았다. 어느덧 280개의 브런치 글을 발행했다. 브런치만 280개일 뿐, 요즘 한참 하고 있는 스레드를 더하면 족히 100개는 더 추가될 듯싶다. 앞으로 남은 두 달간을 감안하면 올 해는 브런치에 최소 320개의 글을 발행하는 샘이다.
쓰는 삶은 이미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만큼 익숙해졌지만 그렇다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는 일상은 언제든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 중인 글쓰기 모임도 어느덧 9기째에 접어들었다. 평균 10명 정도의 작가님들과 함께 하는데 대부분 오랫동안 함께한 분들이다. 그 말인즉슨 내 주변에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이 적어도 10명은 된다는 소리고, 좋아하는 것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칭을 받기 시작한 뒤로 행복에 대해 매일 짧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오늘 하루 어떤 일로 행복했는지,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나는 어떨 때 행복한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의 감정은 어떤지를 적어본다. 그간의 기록을 살펴보니 몇 가지 공통적인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 '일상', '가족', '만남', '대화', '안온함', '즐거움', '만족감', '소속감' 등. 이런 것들이 나에게 행복감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들임을 알게 되었다.
한때는 소비와 소유가 행복을 주는 조건이라고 여겼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빨리 벗어났다. 소비와 소유가 주는 만족감은 지극히 순간적인 자극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자극추구를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더 큰 소비와 소유를 해야만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좀 더 지속가능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그래서 발견하게 된 것들이 위에 적어놓은 것들이다. 그중에 딱 두 가지만 남겨보자면, '일상'과 '안온함'이고 따라서 나에게 행복이란 '일상의 안온함을 경험하는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럼 무엇을 했을 때 이런 상태를 느끼는가를 떠올려 보니 그중 한 가지가 바로 글쓰기였다.
글을 쓸 때면 좋아하는 장소 또는 좋아하는 음악을 곁들인다. 즉,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 속에서 하기 때문에 대체로 좋을 수밖에 없다. 머리를 쥐어 짜내도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을 제외하고는. 그러나 그런 날에도 분위기만큼은 좋아하는 분위기로 만들어 놓으니 따지고 보면 행복의 요소는 채워진 샘이다.
글을 쓰는 행위 자체에서도 행복의 요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촉감. 그리고 백지 같은 화면에 내가 써 내려간 활자들로 채워질 때의 느낌. 글을 다 쓰고 난 뒤 다시 읽어보면서 1500자에 담긴 오늘의 나를 만나는 순간의 감정. 그리고 오늘치 글쓰기를 다 끝냈을 때의 후련함. 이 모든 것이 행복감을 더하는 경험이다.
이 정도면 이젠 정말 누가 봐도 좋아서 쓴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과거의 나에게 글쓰기는 괴로운 경험이었다. 지인들에겐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그때의 난 내 인생에 다시는 글쓰기는 없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그 행위가 불러일으키는 감정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괴로웠고 지금은 행복하다.
나는 나를 포함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행복한 삶을 위한 바탕으로 글쓰기를 즐거워했으면 좋겠다. 가벼운 일상의 기록 안에 오늘의 행복 요소를 담아보자. 잔뜩 힘주고 애쓰며 살아가는 삶 가운데 하루의 긴장을 풀어주는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