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치님과 계획되었던 만남이 취소되었다. 지난주에 이어 연달아 두 번째다.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아쉽고 서운함마저 밀려왔다. 나에겐 기다리던 시간이었던 만큼 이 시간이 2주나 연속으로 취소되었다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감사할 수 있는 건 이 상황을 대하는 나의 내면의 반응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발견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소속감의 욕구가 높은 사람이다. 소속감의 욕구가 높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과의 연결을 추구하는 것을 기본 욕구로 갖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자칫 상대방의 어떤 행동이 의도치 않게 곡해되어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소린데, 가령 오늘 같은 상황에서 과거의 나 같으면 이렇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 코치님에게 나는 크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구나.'
소속감의 욕구가 높은 사람은 타인에게 흘려보내는 관심과 사랑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대한 기대감도 상대적으로 높다. 그래서 때로는 괜한 오해를 하곤 한다.
오늘의 나의 반응도 출발은 동일했다. 아쉽고 한편으로 서운하다. 그러나 그 마음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던 건 오히려 생각지 않은 시간이 나에게 생겼다는 것으로 초점을 돌렸기 때문이고 그때부터 오늘 무엇을 할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치 갑자기 수업이 취소되어 자유시간이 생겨났을 때처럼 이 시간을 나를 위해 소중하게 사용하고 싶어졌다. 그때부터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누구를 만날까?' 하다가 이내 생각을 접고 오늘은 그냥 집에서 혼자만의 충전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못 읽은 책을 좀 읽어야겠다'생각할 무렵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그러면서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되었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커뮤니티에서 함께 협업을 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협업이라 하면 좀 표현이 거창해 보이긴 하는데 일단 스몰스텝으로 같이 재미난 시간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다.
'와우!' 감사했다. 최근 그와 깊게 대화를 나누면서 나의 WHY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우리 둘은 같은 WHY를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충분히 협력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르면서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커뮤니티의 기초 마인드는 '놀이터'다. 나만의 플레이그라운에서 마음껏 놀면서 진짜 나다움을 발견하고 추구하는 삶으로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는 차차 만들어 갈 부분이지만 그의 제안이 고마웠던 건 먼저 그 마인드를 나에게 적용시켰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커뮤니티가 확장되기 전 먼저 내가 그곳에서 나만의 플레이그라운드라고 생각하며 이것저것 마음껏 해보면서 나 또한 나만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말에 이건 무조건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믿는 건, 그리고 추구하는 건 돈을 바라고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우리가 먼저 즐겁고 행복할 수 있길 바라는 것이다. 시작은 허접하고 초라할지 몰라도 실행을 반복하며 그곳에 하나 둘 사람이 모이면 그들에게 나눌 수 있는 것들을 아낌없이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로 확장시켜 나가는 삶을 살 때 비로소 행복 위에 성공을 쌓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동안 퇴사 후 나의 생각은 온통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에서 출발했다. 미세한 차이일지 몰라도 늘 이 생각이 한 발 앞서있었다. 그러나 최근에야 그것이 나에게 맞지 않는 출발이고, 또한 내가 믿고 싶은 삶의 모습에도 맞지 않는 방향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이 생각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적어도 그와 나에겐 같은 믿음이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그 끝은 분명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일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늘 보이는 삶의 변화를 바라며 살았다. 소득의 증가, 구독자의 증가와 같이 외형적으로 나의 입지가 달라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러나 정작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정해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위치가 곧 나의 가치인 듯 착각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늘 좌절과 낙담이 반복되었다.
앞으로의 날들에도 또 어떤 시련이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의 믿음을 강화하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그 시련은 오히려 나를 단련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정작 내가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못할 때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고 나를 믿어주고 있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이미 '나'라는 사람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외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스스로 무능하다고 여겼던 지난날의 내가 부끄럽기만 하다.
사실 우리는 이미 서로에게 그런 존재로 다가가고 있다. 영향력의 크기와 범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나의 생각을 담아내는 한 편의 글은 그것을 읽는 독자의 삶에 그 나름의 여향을 미친다. 설령 지금 읽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메시지가 가닿는다면 그것으로도 나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 중요한 건 나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다. 내가 나를 존중해 주고 나를 가치 있게 여기는 한 우리는 고유한 존재로서 세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어쩌면 삶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며 느끼지 못한 건 나 자신의 아집 때문이지 않았을까. 우리가 해야 할 건 나를 더 믿어주고 사랑해 주며 존중해 주는 것이 전부다. 그것이 선결된다면 나머지는 삶이 우리를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로 이끌어 줄 것이다.
그러니 별일 없어 보이는 하루에도 감사하자. 별것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나를 믿어주고 존중해 주자. 이미 우리는 우리 자신이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