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나다움을 발견하는 보물지도

by 알레

나는 꽤 감정적인 사람이다. 한동안 감정의 소용돌이에 힘들어하며 '감정'이라는 것을 모두 없애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휩쓸려 살았던 적도 있다. 지금은 매우 호전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데 그때와 지금의 차이는 딱 한 가지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기 시작했다는 것.


20대 어느 날 교회에서 목사님에게 '내적치유'를 받은 적이 있다. 상담과 같은 것인데 신앙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그때 처음 느낀 건 내가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게 꽤 힘든 일이라는 것이었다.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내뿜는 에너지를 처음 느껴본 경험이었던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존감이 높아 보이는 사람들은 자기감정을 이야기하는데 서슴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때론 그들의 표현이 직설적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고 그 상황 자체가 무안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도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기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요즘은 잘 보지 않지만 한동안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을 즐겨 봤던 때가 있었다. 그때 유독 마음이 쓰이던 참가자들이 있었는데 심사위원에게 이런 평을 듣는 사람들이었다.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포텐이 터지지 않아 좀 답답해요. 그게 터지지 않으면 결국 더 나아갈 수 없어요. 그런데 그걸 터뜨리는 방법은 스스로 찾아야만 해요." 마치 나에게 건네는 말 같았다. 내가 줄곧 느꼈던 답답함이었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


지금에야 나는 그것의 해답은 감정을 아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와의 내적 친밀감이 높을수록 내 감정이 보내는 신호를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감정은 생각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내면의 내가 나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시하면 안 된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감정을 억누르며 사는 게 우리 사회의 미덕처럼 여겨졌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도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거나,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게 그런 모습이다.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감정에 민감해져야 한다. 나를 알기 위해선 내 감정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 알아야만 한다. 감정에는 긍정도 부정도 없다고 한다. 오히려 이분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기사 '감정은 곧 내면의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나에게 건네는 말'이라고 생각해 보면 평소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느끼는 것들이야 말로 진짜 나를 살리기 위한 신호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주로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 불안, 우울감, 그리고 부러움이었다. 각각이 보내는 신호가 있겠지만 이 모두가 나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했다. '알레야, 나에게도 관심을 가져줄래?' 요약하자면 이렇다랄까?


성공한 사람들은 매일 소소한 루틴을 잘 지킨다는 말을 들었다. 루틴이 가져다주는 힘은 바로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감정들이 자주 발현되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그것들이 발현되었다 해도 잘 다룰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옛말에 잠이 보약이라는 말과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즉, 좋은 수면습관과 건강한 식습관은 삶을 대체로 기분 좋은 상태로 유지시켜 준다는 뜻이다.


나의 감정은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준다. 즉 나를 더 알아갈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있는 것이다. 감정은 곧 나다움을 발견하는 보물지도와 같다.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나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하며 그 결과를 책임지며 살아간다는 의미다.


나다움이 어떤 건지 모르겠다면 먼저 내 감정에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표면에 드러나는 감정들의 이면에는 어떤 경험이 연결되어 있는지 수면 위에서 아래로 들어가 보는 시간을 통해 점점 '진짜 나'라는 존재와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감정은 진짜 나에게로 향하는 보물지도다. 그러니 지나치게 감정을 억누르지 말자. 강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두고 그것이 보내는 신호를 느껴보는 거다.


생각보다 편안함을 느끼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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