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의 유치원 첫 등원을 축하해

by 알레

오늘은 우리 가족에게 역사적인 날이다. 아이가 어느새 자라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생이 되어 첫 등원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는 지난달 말에 내내 노심초사했다. '유치원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면 어떡하지?' '아이가 낯설어하면 어떡하지?' 뭐 이런 이유는 전혀 아니다. 처음에야 낯설고 부끄럽기도 하겠지만 놀다 보면 잘 어울려 노는 아이라서 이런 건 걱정거리에 속하지 않는다. 유일한 걱정은 '아침에 어떻게 일어나지?'였다.


'뭐 그런 걸로 걱정을 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어린이집에 다니는 내내 우리 아이는 9시에 등원한 적이 손에 꼽을 만큼밖에 안된다. 아내와 내가 올빼미형 인간으로 살다 보니 아이도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졌고 자연스레 일어나는 시간은 보통 10시가 넘어서였다. 졸업에 가까워질수록 아이도 일어나기 싫어 투정 부리는 날이 많아졌고 그런 날엔 11시가 넘어 등원했던 날도 더러 있다.


약 3년 간 이와 같은 어린이집 등원 패턴을 가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유치원 등원 버스를 타기 위해 아침 8시 40분까지 모임 장소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으니 우리 모두는 초 긴장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아니 정확히는 아내와 나만 긴장 상태였긴 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 걸 꽤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 평소보다 엄청 이른 시간에 깨웠는데도 불구하고 큰 저항 없이 일어나는 걸 보니 말이다. 물론 한동안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아 무한 볼 뽀뽀부터, 볼기짝 어루만지기, 다리 마사지, 강제로 기지개 켜기 등 여러 수를 썼지만 그래도 흔들림 없는 편안함으로 잠들어있는 아이를 보고 결국 아이의 인형 중 소리 나는 강아지 인형을 틀어 마치 알람 소리가 무한 반복되듯 옆에 두었다. 그때 즈음 되니 정신이 좀 드는 듯싶었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에게도 이 시간에 일어나 본 경험은 거의 없기에 우린 모두 아이 인생 50개월 차에 전혀 새로운 하루를 맞이했다. 심지어 세수를 마치고 옷까지 다 갈아입었는데도 시간이 20분가량 남았다. 덕분에 아이는 잣죽을 먹으며 가볍게 요기까지 할 수 있었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3월 초인데도 부는 바람에 여전히 날이 차다. 아직은 겨울 잠바를 벗지 못할 것 같다는 날씨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살짝 눈도 내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고 마치 새 출발에 딱 알맞은듯한 모습이었다.


시간이 되니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동네에 어린이집에서부터 유치원까지 함께 가게 된 친구가 있어 다행히 혼자 버스에 오르지 않아도 됐다. 노란 버스가 들어오고, 버스 안에는 이미 앞서 탑승한 아이들이 몇 있었다. 그중 한 친구도 우리 아이와 같은 어린이집 친구다.


선생님의 활기찬 인사와 함께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품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 속에 우리 아이도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한사코 엄마 아빠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던 아이였는데, 어느새 그 대열에 합류해 선생님에게 인사하고 잘도 버스에 오른다. 창가 쪽 자리에 앉아 고개를 돌려 엄마와 아빠를 바라보는 표정은 그저 멍하다. 마치 뭔가 흐름에 이끌려 자연스레 차에 타 자리에 앉아있긴 한데 낯설기도 한 게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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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반, 7세 반 아이들과 엄마들이야 익숙한 매일 아침의 일과이지만 우리 아이와 같이 오늘 첫 등원을 하는 아이와 부모들은 다들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다. '잘 지내고 와!' '엄마 아빠가 응원할게!' '우리 아이 최고!'라는 마음속 외침을 보내며 연신 손을 흔들고 있던 게 아닐까?


어느덧 버스는 아파트 단지 정문을 빠져나가 모습을 감췄다. 담장 너머 노란 지붕이 홀연히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좀 있으면 아이는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어떤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릴까?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무척 궁금하다. 궁금한 건 궁금한 건데 일단 할 일은 해야 하니 이 시간에 서둘러 글을 쓴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아침 시간을 활용하고자 그렇게 마음으로 애를 썼지만 행동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아 답답했는데 아이의 등원 버스 시간 덕분에 모든 고민이 해결돼버렸다. 역시 해야만 하는 강제성을 띈 환경 설정만큼 강력한 게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물론 덕분에 종일 몽롱한 상태로 하루를 보내긴 했지만. 이제 올빼미 생활도 청산해야겠다.


자, 그럼 지금부터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좀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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