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욕구를 알면 내가 보인다

by 알레

나에 대하여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어언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제법 나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왜 이런 감정이 올라오는 걸까?', '왜 나는 이 상황에서 유독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걸까?' 하는 순간이 있다.


최근에도 코치님과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에서 '무관심'에 대한 불편한 감정 반응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이럴 때마다 여전히 나에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마치 내가 '어딘가 고장 난 존재'처럼 여겨지곤 하는데, 그 원인을 '욕구(Need)'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종종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갈 때가 많다. 나의 경험처럼 저마다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세계적인 라이프 코치 토니 로빈스가 제시한 '6 Human Needs(6HN)' 프레임워크다.


인간의 모든 행동 뒤에는 근본적인 욕구가 존재한다는 것이 토니 로빈스의 핵심 통찰이다. 수십 년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코칭하면서, 그는 겉으로 보이는 행동의 다양성 속에서도 공통된 패턴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안정성, 다양성, 인정, 소속감/사랑, 성장, 기여'라는 여섯 가지 기본 욕구(6 Human Needs)를 가지고 있으며, 이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욕구들이 서로 상충될 수 있다.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다양성과 새로움을 원하는 모순, 소속감을 원하면서도 특별하고 독특한 인정을 받고 싶은 모순이 우리 안에 공존한다. 이러한 내적 갈등이 종종 우리의 혼란과 불만족의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나의 경우를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다. 나는 6HN 중 소속감과 성장 욕구가 상위 2개의 욕구를 차지한다. 그중 소속감의 욕구에 대해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와 사랑을 주고받음으로써 존재가치를 느낀다. 따라서 내가 사랑받지 못하고, 내 사랑을 누군가에게 줄 수 없을 때 스스로 무가치한 사람처럼 느낀다.


소속감의 욕구는 사랑과 관계가 중심이 된 욕구로서 타인을 이해하고, 필요을 채워주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고 타인을 돋울만한 능력이 있다는 느낌을 원하며, 이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다. 반면 다른 이들을 실망시키거나, 내가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코치님과 연락이 닿지 않았을 때 느꼈던 서운함의 원인은 코치님이 나에게 무관심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분명 다른 사람들과 일 때문에라도 연락을 하고 있는 걸 아는데 메시지도 읽지 않는 상황이 마치 연결이 끊어진 것처럼 다가왔고, 이는 '코치님에게 나는 무가치한 존재'라는 식으로 왜곡된 해석을 낳았다.


당시에는 이 감정을 수용하고 흘려보내는데 꽤 힘들었는데, 욕구 검사 결과지를 꺼내 보고 나서야 나의 그런 반응이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었음을 알고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또 한 가지 경우에 대해 설명을 해보자면, 유독 내가 욱 할 때가 있는데 나의 말이 본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갖게 될 때 그렇다. 가령 만약 어떤 모임에서 내가 AI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디자인, 영상 편집, 사진 촬영 등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고 치자. 이때 나의 본래 의도는 그저 단순한 호기심을 꺼내었을 뿐인데 듣는 사람은 한 발 더 나아가 마치 나를 안다는 태도로 '제발 좀 한 가지 우선순위를 정해봐'라는 식으로 답을 하면 꽤 기분이 상한다는 소리다.


의외로 오랜 시간 반복해서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 놀라운 건 이 또한 욕구의 반응에 답이 있었다. 소속감의 욕구를 가진 사람이 겪는 방어기제를 보면 이런 문장이 있다. "내가 오해받고 있다고 느낄 때도 방어적이 된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이처럼 6HN은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강력한 도구로서 역할을 한다. 자신의 우선 욕구를 이해하면, 그것이 왜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감정과 행동을 유발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기존의 파괴적인 욕구 충족 방식을 건강한 방향으로 재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이 과도한 업무와 완벽주의로 건강을 해치며 인정을 얻으려 했다면, 자신의 전문성을 나누는 멘토링이나 창의적 작업을 통해 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같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 기여 욕구가 강한 사람이 자기희생적 관계 속에서 소진되고 있다면, 더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면서도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도 하다.


토니 로빈스의 6HN 프레임워크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행복과 충만함은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우선 욕구를 건강하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충족시키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 또한 행복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왜' 하느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같은 행동이라도 어떤 욕구에서 비롯되느냐에 따라 그 만족도와 지속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욕구를 아는 것은 자기 이해의 여정에서 빛을 비추는 등대와 같다.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단순히 감정과 행동의 표면을 넘어, 그 밑에 흐르는 깊은 욕구의 강을 탐색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 이해는 진정한 변화와 성장의 출발점이 된다고 믿는다.


자, 이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나의 삶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욕구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욕구를 어떻게 더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야말로, 나다운 삶으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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