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아가고 싶은 간절함과 내 안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특별함이 있을 거라는 막연하지만 자꾸 되새김질하듯 살아나는 갈증이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게 만들었다. 나는 대체로 삶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람이지만 지난 4년은 심적으로 꽤 힘든 시기였다. 외부로부터 경험하는 스트레스 상황은 그럭저럭 견딜 수 있었는데, 내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상황은 어디가 바닥인 줄 모를 만큼 나를 빠른 속도로 끌어내렸다.
세상이 온통 캄캄하게만 보였던 시기를 지나 회복하기까지 4년은 짧은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시간을 딛고 시작한 나다운 여정으로 채워지는 하루는 무척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
분명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지난날의 나와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을 수도 있다. 저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전부를 다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홀로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는 것만큼은 잘 안다. 이 시기에는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기에도 애매한 자신의 현재가 더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그래서 외롭고 처절하다.
불과 1-2년 전, 나는 매일 노트북을 켜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뭔가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정작 머릿속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가슴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감정들이 "아직은 안 돼"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그때 자주 느꼈던 답답함은 '대체 나는 뭐가 이렇게 문제일까? 남들은 다 쉽게 시작하는 것 같은데, 왜 난 매번 주저하는 걸까?'였다.
사실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다른 것 없이 내가 나를 믿어주기로 선택하면 된다. 지나고 나니 믿어주기를 선택하기까지가 왜 그리 길고 멀기만 했던 걸까 싶지만, 사람이 아프기 시작하면 약을 먹어도 바로 낫지 않듯 마음도 그렇다는 걸 알았다. 한 번 고장 나고 깨지면 회복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살피는 시간이 필요하다. 회복되는 시간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믿음'이라는 약은 동일하기에 믿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꼭 가져보길 바란다.
절망과 회복의 시간을 경험하면서 최근 나는 코칭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지만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코칭의 가치는 확신하지만 당장 누구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는데 챗GPT와의 대화를 통해 한 가지 프레임워크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름은 'EMBRACE 글쓰기 코칭'이라고 지었고, "감정을 쓰고, 나를 회복하고, 삶의 방향을 세우는 글쓰기 코칭 여정"이라고 설명을 붙여보았다.
아직 기획 단계이지만 각각의 단계를 짤막하게 소개해보자면 이렇다.
Encounter: 감정 인식 - 감정을 '문제'가 아닌 '메시지'로 인식
Map: 감정의 근원 탐색 - 특정 감정이 발생한 원인과 맥락 파악
Breathe: 호흡과 멈춤 - 감정의 크기를 줄이고 중심을 되찾는 회복 기술 익히기
Reflect: 자기 성찰 - 글을 통해 감정의 의미와 메시지 해석
Ask: 진짜 바람 발견 - 표면적 욕구와 근본적 바람 구분
Choose: 선택 기준 세우기 - 나다운 선택 기준 공식화
Express: 자기표현 훈련 - 안전하고 힘 있는 자기표현 방식 익히기
E-M-B-R-A-C-E는 각 여정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글을 쓰면서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믿어주며 존중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 취지라고 할 수 있다.
절망의 날들을 보낼 때 가장 어려운 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인 만큼 이 단계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울 수만 있다면 나에게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생각한다.
나는 상담 전문가도 아니고, 라이프 코칭 자격증을 가진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매번 나 스스로 자격을 물었고 그 물음 앞에 주저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어차피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은 전문가를 찾아갈 테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감당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EMBRACE 글쓰기 코칭 프로그램 기획을 통해 그동안 막연했던 나의 지난 시간이 더 뚜렷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사람에게 가치를 나눌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